한 남성이 매서운 겨울바람을 못 이기고 포장마차에 들러 뜨거운 어묵탕에 소주 한 잔을 기울입니다. 겨울을 배경으로 한 TV드라마나 영화에서 종종 비춰지는 장면인데요. 술을 마시면 일시적으로 몸이 녹는 기분이 드는데, 실제로는 오히려 체온이 떨어져 저체온증을 불러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전용준 원장은 “술을 마시면 체내에서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일시적으로 체온이 올라가지만 결국 피부를 통해 다시 발산되므로 체온은 떨어지게 된다”며 “오히려 몸 속 체온이 떨어져 저체온증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저체온증은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진 경우를 말합니다. 몸에서 생기는 열보다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열이 더 많고, 피부 체온보다는 몸의 중심부 체온이 떨어져 발생하는데요.
지난 12월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저체온증으로 진단받아 치료를 받은 환자 가운데 절반은 술을 마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음주는 저체온증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로, 체온을 조절하는 중추신경계 기능을 떨어뜨려 저체온증의 발병 위험을 높입니다.
저체온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도 비슷한 사고가 해마다 반복되는 이유는 질환의 특성상 서서히 발생해 음주자가 이를 알아차리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체온증에 빠지면 감정의 변화로 예민한 언행을 보이거나 발음이 부정확해지고, 권태감, 피로 등을 느낍니다. 음주자가 심하게 몸을 떨거나 타인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인다면 먼저 저체온증을 의심해야 합니다.
전용준 원장은 “술을 마시면 추위를 덜 느끼게 되고 따뜻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판단력이 떨어지게 된다”며 “평소 지병이 있거나 추위에 취약한 노인의 경우 체온 조절 기능이 더욱 떨어지는 만큼 겨울철 음주는 조심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