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여느 날처럼 엄마와 저녁뉴스를 보는데 채널을 돌려야만 했습니다. 앵커가 여러 개 암의 생존율을 이야기하면서 폐암의 생존율이 가장 낮고 살더라도 예후가 좋지 않아 삶의 질이 이전과 같을 수 없다고 말하더군요. 폐암 3기인 제 어머니의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당신은 살 수 없다’고 못 박는 것과 다름없어요. 병원에서도 부정적인 정보들은 알려주지 않아요. 그런데 정작 뉴스에서 일반인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준다는 이유로 온갖 암에 관한 통계를 이야기할 때면 치료받고 싶다는 의욕마저 꺾여버립니다.”
암 판정을 받은 환자를 위로하는 건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좋아진 국내 암 생존율이다. 80~90%에 이르는 생존율은 나 한명쯤은 생존자에 속할 것 같은 희망을 갖게 한다. 또 나와 비슷한 병기의 환자 사례를 보여 앞날은 예단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간혹 의료정보를 얻으러 환우회를 찾았다가 비슷한 경우의 환자가 건강을 회복한 것을 보면 내 일처럼 기쁘다.
“환우회가 나가보면 완치 후에도 환우회 활동을 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분들이 환우 회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병기와 전이여부와 같은 당시의 상태에요. 자신의 상태와 비교해보는 거죠. 본인보다 암울한 상황이었다면 생존할 가능성이 더 올라가니까요. 그렇게 해서라도 희망을 얻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러나 언론에서는 일반인을 위해 조기발견의 중요성을 강조해야하는 만큼 긍정적인 면만 보여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예후가 상대적으로 좋지 못한 암환자 사례들은 잊을 만 하면 등장하는 뉴스거리다. 그러나 암환자는 여기저기 떠드는 부정적인 수치들에 일희일비 할 필요가 없다. 암과 관련한 부정적인 통계가 노출되는 까닭은 질병의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함 뿐 아니라 고가검진상품을 팔려는 병원, 암 보험 상품을 팔려는 보험 회사들의 꼼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암 생존자 시대’라는 말이 나올 만큼 치료를 끝낸 암 생존자들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뜻하지 않게 접한 부정적인 정보는 애써 끌어올린 치료의욕을 보기 좋게 꺾어버린다. 앞서 소개된 사례의 주인공도 부정적인 통계에 민감해했다. 살 수 있다는 의료진의 설득이 다른 나라보다 앞선 생존율 통계에서 비롯되므로 부정적인 수치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러나 적극적인 마음가짐이 중요한 암환자들은 꼭 알아야할 정보는 모으고 부수적인 정보들을 제쳐두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불필요하게 불안감을 만들어내는 정보는 객관적이라 할지라도 예후에 이로울 게 없다. 옛말에 ‘모르는 게 약’이란 말도 있다. 그 중 암과 관련한 통계는 암환자들이 굳이 알 필요 없는 정보다. 우연하게 부정적인 통계를 맞닥뜨려도 지금 당장 필요한 정보에 집중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