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단비 기자] 김단비 기자 “최근에 3차 예방접종하러 병원을 갔더니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예방접종’이라고 해서 새로 나왔더라고요. 읽어보니 무서운 병이긴 한데, 겨우 2개월 된 아기가 꼭 맞아야 하는 백신인지 모르겠어요. 소아과에서는 맞히는 게 좋다고 하는데, 대학병원에 문의했더니 맞힐 필요가 없대요. 의사마다 의견이 다르니 엄마들은 혼란스러워요.”
아이가 생후 2개월로 접어드는 시기부터 부모들은 본격적으로 국가필수예방접종을 맞히기 시작한다. 2개월 이상 영아를 둔 부모들이 새롭게 등장한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예방접종(멘비오)을 보고 고민하는 분위기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예방접종은 수막구균에 의해 발생하는 뇌수막염과 패혈증을 백신 접종을 통해 사전에 막아주는 것이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감염 시 24∼48시간 내에 사망하고, 생존하더라도 사지절단, 뇌손상 등의 치명적 후유증을 남기는 급성질환이지만, 질환의 중증도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보고된 수막구균 뇌수막염 환자수는 매년 15명 이하로 추정되고 있다. 낮은 발병률이 낮은 인지도의 원인인 셈이다.
◇2세→2개월 “엄마들 접종해야 하나”=3년 전 국내 도입된 백신이 지금에서야 주목받게 된 것은 시판 후 낮아진 접종연령이 그 배경이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백신은 2012년 도입됐지만, 첫 도입 당시 접종대상은 만 2세 이상이었다. 지난해부터 2개월 이상 영아로 접종연령이 대폭 낮아지면서 새롭게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영아가 2개월 되는 시기는 국가필수접종에 해당하는 B형간염, 소아마비(폴리오), 폐렴구균, 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 등의 초기접종이 몰려있어 이 시기 예방접종률이 가장 높다. 이 말은 백신 접종에 대한 부모들의 충성도가 높은 시기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접종연령이 낮아진 까닭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됐기 때문이다. 2개월에 Hib백신, 폐렴구균 백신 등 접종스케줄이 같은 다른 소아백신과 동시 접종해도 효능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백신 개별 제품으로 안전성이 확인됐지만 장기적 영향에 대한 부모들의 고민은 해결되지 못한 상황이다.
◇한 백신 두고 상반된 의견, 소비자 혼란=일단 소비자의 혼란은 갑자기 낮아진 접종 연령과 백신에 대한 의료진의 견해차다. 접종연령이 바뀐 최근 몇 달 새 A 대학병원에는 해당 백신에 대한 문의가 늘었다고 한다. 문의 내용은 평소 다니는 소아과에서는 맞아두면 좋은 백신이라며 접종은 권장한다는 것이다. 문의를 받은 대학병원에서는 2세 미만 어린 소아에게는 권장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놓았다고 한다.
또 다른 병원도 상황은 비슷했다. B 대학병원 소아과에도 해당 백신을 맞히는 게 좋은지 물어오는 부모가 늘었다고 한다. 이 병원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부모를 돌려보냈다. B병원 교수는 “로타바이러스처럼 관련 질환의 발병률이 높고 유행주기가 있다면 권장할 만하지만 아직까지 내원환자가 갑자기 늘거나 하지 않아 50∼60만원에 달하는 백신을 특별히 권장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개원가에서 백신접종을 장려하는 까닭에 대해서는 병원 수입의 일환으로 백신 접종을 유도하는 것 아니겠냐는 의견을 덧붙였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비장의 기능이 없거나 해부학적으로 비장이 없는 경우, 또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체내 보체성분(C3, 5∼9) 또는 프로페르딘 농도가 낮은 경우 체내로 침윤한 수막구균을 살균하지 못해 발병위험이 증가한다. 무엇보다 수막구균 감염의 빈도가 높은 아프리카 등지로 여행하는 사람에게서 발병 위험이 높다.
고대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변정혜 교수는 “비교적 발병률이 높은 미국서도 기숙사 입학연령인 15세 전후 맞히는데, 그보다 발병률이 현저히 적은 국내에서 2세 미만 아기가 꼭 맞아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다만 다문화가정이 늘고 외국인과의 교류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이 병이 지금처럼 적을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국가 필수예방접종처럼 대규모로 접종하는 것은 이르다는 의견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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