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라 불리는 서울의 대형병원은 치료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해 암 치료성적이 우수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외과와 종양내과, 방사선과 등 암 치료 진료과들의 협진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또 임상실험에 참여할 기회가 지방 병원에 비해 많다.
현재 A대형병원을 다니는 위암 환자 김병래 씨(58세)는 이런 서울 소재 대형병원의 장점을 이해한 경우다. 김씨는 “나는 위암 중에서도 국내 케이스도 많지 않고 예후도 좋지 못한 진행성 위암이라 왔다갔다해야하는 수고스러움을 감내하면서까지 서울의 병원을 고집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지방 환자가 집에서 먼 대학병원을 이용할 때 단점도 있다. 우선 집에서 멀어 오고가는데 시간과 돈, 체력을 소진하게 된다. 또 대기 환자가 많아 오래 기다려야 하는 점도 암환자를 지치게 만드는 요인이다. 3시간 대기 3분 진료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나 의료진에게 자세한 설명을 듣기 힘들다. 병실이 부족해 입원이 쉽지 않은 점도 단점 중 하나다.
방암 환자 오윤희 씨(54세)는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종양제거 수술을 받았으나 최근 집에서 가까운 전문병원으로 옮겨 방사선과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을 옮긴 이유를 묻자 집에서 가까워 작은 통증에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오 씨는 “투병하며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2~3시간씩 고속버스를 타고 병원을 다니는 일이었다. 가족들은 병원을 옮기겠다는 내 의견에 처음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만족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규모는 작지만 전문성을 내건 소형 병원들은 대학병원처럼 환자가 많지 않아 비교적 입원이 쉽고 원하는 날짜에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루라도 빨리 수술 받고 싶은 환자 입장에서는 분명한 이점이다. 또 대형병원보다 비교적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편 암환자가 병원을 옮길 때 고려해야할 점이 있다. 앞서 나열한 서울의 대형병원과 작은 규모의 전문병원 간 장단점을 잘 살펴 자신에게 맞는 병원을 선택해야한다. 전문병원이 대학병원과 비슷한 수준의 장비와 인력을 갖추고 특정 치료분야에 집중해 있는지 잘 살펴야한다. 반대로 전문병원에서 서울의 큰 병원으로 옮기고 싶다면 통원의 어려움, 입퇴원의 제약, 오랜 기다림 등을 고려해야한다. 어느 쪽으로 옮기든 병원을 옮길 때는 소견서와 의무기록, CT 사진 등 최대한 많은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
또 환자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면 주치의와 상의해볼 수 있다. 환자의 경제적 상황, 가정환경, 건강상태 등을 살펴 조언할 것이다.
A대학병원 김 모 교수는 “환자 혼자 판단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예약된 진료날짜에 오지 않는 암환자들의 상당수가 공기 좋은 곳으로 가겠다고 준비 없이 산으로 들어간 경우다. 치료 도중 생활환경을 바꾸는 것은 환자에게 신체적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또 상태가 나빠져 병원으로 되돌아오더라도 이미 의료진과 신뢰가 깨져버린 상태라 환자도 심리적으로 안정을 되찾기 힘들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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