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이 내성을 갖는다는 것은 투여하는 항생제의 양을 늘려도 세균이 죽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균을 죽이기 위해서는 양이 아니라,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항생제 개발 속도에 비해 세균이 내성을 갖는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새로운 항생제 개발이 더딘 상황에서 내성균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광범위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것이라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전 세계 보건당국 항생제 내성균 초비상=항생제 내성 문제는 전 세계 보건당국이 주목하는 핵심적인 논의 대상이다. 사용하는 항생제의 양을 늘려도 몸 속 세균이 죽지 않는다는 것은 공중보건학적으로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강철인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생제 내성으로 생겨날 수 있는 피해는 지금까지 항생제로 치료되던 비교적 약한 질환들이 더 이상 치료가 되지 않는 거다. 치료가 안 돼 중증으로 이환되는 경우가 늘고, 결국 사망률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항생제를 사용해도 죽지 않는 항생제 내성균이 늘면 세균의 공격에서 인간은 항상 질 수밖에 없다. 건강한 사람에게서 폐렴은 중한 병이 아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 항생제가 균에 잘 들었을 때 이야기다. 항생제를 사용해도 죽지 않는 폐렴균에 건강한 사람도 쉽게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력한 항생제 개발이 정답? 이상적인 대안일 뿐=의학계는 “항생제 내성균을 통제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또 다른 효과적인 항생제의 개발”이라고 말한다. 실제 페니실린에 내성을 갖는 포도알균은 ‘메티실린’이라는 약이 개발되면서 살아남지 못했다. 그러나 메티실린 항생제 공격이 계속되자 포도알균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또 바꿔나갔다. 이것이 내성을 획득해 가는 과정이다. 그 결과 메티실린에도 저항성을 보이는 포도알균(내성균)이 새롭게 태어났다. 이처럼 새롭게 개발된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보이는 세균이 곧바로 등장하면서 ‘마법의 탄환’이라고 칭송받던 항생제는 시장논리에서 잊혀지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 항생제를 개발 중이던 많은 제약사들은 항생제 개발을 멈추고 돈이 되는 항암제나 만성질환 치료제로 옮겼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강 교수는 “항생제 개발이 힘들어진 상황이다. 내성균이 나타났지만 이를 제압할 새로운 항생제가 금방 또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긴 힘든 것이다. 그렇다면 이차적인 대안으로 내성균이 나타나지 않도록 항생제의 오남용을 줄여 내성균의 등장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균이 내성을 획득하는 과정은 항생제 사용 자체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균을 죽이기 위해 사용한 항생제를 균이 역이용해 내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모순적이지만 내성균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항생제 사용을 줄여야 하고 내성균이 서식하는 병원 내 환경을 청결하게 해야 한다. 또 내성균 전파가 의심된다면 환자 격리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2000년 의약분업 일반인들의 잘못된 항생제 사용 막았지만=국내 의료계가 항생제 오남용에 따른 내성 문제를 인식한 것은 2000년 전후다. 강철인 교수는 “2000년 의약분업이 시작되기 전, 우리나라 국민들은 약국에서 손쉽게 항생제를 구입해서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의약분업 이후, 항생제에 대한 국민들의 접근성이 현저히 줄어들며 일반인에게서 일어나는 항생제 오남용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약분업이 시행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항생제 내성균을 일으키는 약물 오남용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숙제다. 내성균이 서식하는 병원 환경 관리가 병원의 도의적 책임으로만 맡겨진 점, 내성균에 대한 의료진 교육이 미비한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강 교수는 “해당 질병을 일으킨 세균의 정체가 나오기도 전에 여러 세균에 사용되는 항생제를 투여하는 경우가 있다. 항생제의 오남용이다. 항생제 남용은 내성균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처럼 내성균 발생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항생제에 대한 의료진의 맹신이 문제다. 또 내성균의 전파력을 막기 위해 손 소독제 비치, 격리병동 운영 등 감염관리를 위한 필요한 요소들이 있는데, 병원이 오롯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크다. 지금 상황은 감염관리를 위해 노력할수록 병원이 손해 보는 것이다. 정부도 내성균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병원 내 감염을 최소화하는 병원의 노력에 대해 제도적·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