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항암치료를 시작할 때, 부작용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고통스러울지는 몰랐다. 내가 선택한 표적항암제는 일반적인 항암화학요법에 비해 부작용이 덜한 편이라고 들었는데 나의 경우는 달랐다. 이처럼 부작용은 암환자마다 다 다르게 나타난다. 어느 환자는 큰 고통 없이 지나가는 반면 어떤 환자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라고 말할 정도로 고통스럽게 지나간다. 나의 경우 항암제 때문에 손발이 붓고 발톱이 살에서 떨어져나가기 일쑤였다. 발톱이 빠져 걸을 때마다 고통이 심했다. 심할 때는 두 발로 걸어 다니지 못하고 기어 다닐 정도였다.
항암치료의 또 다른 부작용이었을까. 사람이 감정적으로 변하더라. 평소 눈물이 없는 편인데 일상적인 대화에도 ‘울컥’하며 눈물이 났다. 우울한 감정에 쉽게 빠지곤 했다. 나의 우울한 심리는 가족들에게 전염되곤 했다. 7년 전 암 판정을 받았을 당시 자식들이 모두 중고생이었다. 또래 아이들의 비해 밝지 못하고 그늘이 있었다. 그런 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나의 경우 간암 치료 후 4년 6개월 후에 폐로 전이된 사실을 알았다. 간 부분절제술에 이어 폐 부분 절제술을 받았다. 그 후 항암치료를 받고, 방사선 치료도 받았다. 할 수 있는 치료를 다 해보았다. TV나 신문을 통해 ‘효과적인 항암치료가 임상 막바지다’, ‘새로운 면역항암제가 나왔다’ 식의 뉴스를 볼 때마다 빨리 개발되기를 소원한다. 재발이나 전이 등 훗날 일어날 만약을 대비해 효과적인 약이 개발돼있기를 바란다.
치료가 효과적이지 않은 환자들은 의사의 권유로 신약을 알게 된다. 그러나 신약의 경우 아직 보험급여가 되지 않거나 그 기준이 까다로운 경우가 많다. 신약을 권유받고도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게 된다. 나의 경우도 처음 표적항암제 치료를 권유받았지만 한달에 400만원하는 약값이 감당되지 않아 치료를 포기했다. 보험급여 기준이 넓어져서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암환자가 줄어들기 바란다.
대학병원 선생님들은 대개 무뚝뚝하다. 환자들에게 친절했으면 좋겠다. 환자들은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희망을 얻기도 하고, 기분이 급격히 우울해지기도 한다. 병만 들여다보지 말고 환자를 들여다봐주길 바란다. 몇 개월에 한번 만나는 환자에게 조금 친절하게 대해준다면 환자들은 큰 위안을 얻고 갈 것이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