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메르스 감염…허술한 방호복이 문제? ‘피로 누적’ 심각
부족한 보호구 착용 교육시간, 적은 인력에 바로 현장 투입
[쿠키뉴스=김단비 기자] 21일 현재 치료 중인 메르스 환자는 총 101명이다. 이중 81명은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보이나 14명은 호흡과 혈압 등이 불안정한 상태로 알려졌다.
보건당국은 현재 폐기능이 저하된 3명에게 에크모 치료를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에크모 치료 중인 위중한 상태의 환자를 비롯해 101명 메르스 환자 곁에는 24시간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다.
지난 16일 메르스 환자를 살리려던 30대 수간호사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당시 간호사는 D등급 수준의 방호복을 입고서 메르스 환자의 의료처치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방호복으로 무장한 의료진도 메르스 감염되자, 일각에서는 D등급 수준의 낮은 방호복을 지급해 메르스로부터 의료진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보다 한 단계 높은 C등급이 안전하다는 것이다.
D 등급 수준의 방호복은 우주복 같이 생긴, 하얀색 긴 소매 가운과 일회용 장갑과 신발, 보호안경(고글), N95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말한다. C등급 방호복과 D등급 방호복의 가장 큰 차이점은 호흡 방식에 있다. C등급 수준의 방호복은 N95마스크를 착용하는 대신 방독면에 자급식 공기 호흡기가 달려 있어, 화학적 독성물질이 호흡을 통해 체내 들어오는 것을 막아준다.
보호장구 수준을 높여한다는 의견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보호장구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메르스와의 전쟁 최일선에 있는 의료진은 현재 심한 육체적 피로와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 갖가지 개인보호장구를 착용하더라도 피로가 누적돼 현장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라는 것이다.
전문가는 “전염 위험이 높은 에볼라 때도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처치한 의료진은 반드시 두 시간 정도 쉬는 것이 원칙이었다. 갖가지 개인보호장구를 착용하고 감염위험이 높은 환자를 처치하는 것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자 심한 육체적 피로를 동반하는 일”이라며 “공기전염이 아닌 비말전파일 경우 D등급 수준의 방호복만 착용해도 전염 위험성이 크게 떨어지지만 피로가 누적된 의료진은 방호복 착용 교육을 받았더라도 보호장구를 벗는 과정에서 의복에 묻는 환자의 체액이나 혈액이 묻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에볼라 환자 치료에 대한 사전교육을 받은 감염내과 소속 간호사 4명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일이 발생했다. 병원 측은 간호사 4명이 사직한 것은 ‘심리적, 육체적 피로누적이 원인’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 병원에서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보호구 착용 및 탈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빠른 현장 투입을 위해 교육시간은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는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는 어떤 보호장구를 착용하더라도, 전염을 유발하는 부주의한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환자의 비말(침방울)이 눈 전막에 튀더라도 고글과 방독면, N95마스크를 착용방식대로 제대로 착용하고 있다면 안전하지만 지친 의료진이 의복 사용 원칙을 얼마나 잘 지킬지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사진=ⓒAFP BBNews =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