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환자 곁 지키던 간호사, 전화로 자식 목소리 듣자 눈물부터
[쿠키뉴스=김단비 기자] 메르스 의심자로 2주간 격리된 사람 중에는 메르스 환자를 살리려다 감염된 의사, 간호사들이 있다. 또 메르스 환자와 직접 접촉한 경험은 없지만 메르스 환자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었던 의료진 다수가 격리되기도 한다.
지난 8일 대전 을지대병원에서는 90번 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을 포함한 312명에 대해 격리조치가 이뤄졌다. 이들은 메르스 환자가 아니어도 14일간 가족을 보지 못한다. 어린 자식을 돌볼 수 없고, 사랑하는 남편과 아내를 볼 수 없다.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리운 가족을 생각하며 편지 또는 일기를 쓰는 일이다.
을지대학교병원 내과 중환자실 홍민정 수간호사는 격리 해제 하루를 앞두고 14일간 격리상태에서 느꼈던 심정을 일기로 남겼다.
격리해제 하루 전인 21일 홍 간호사는 집에 있는 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한 밤만 자면 돼, 기다려 줄 수 있지?'라는 말을 전했다. 아이의 목소리를 듣자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홍 간호사는 “남편도 혼자 애들 보랴 일하랴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내색도 없이 어디 아픈 곳 있는지, 밥은 잘 먹고 있는지 쉴새없이 물어대는 통에 주변 선생님들의 놀림거리 됐다”며 애써 웃어보였다.
홍 간호사는 자신보다 격리돼 치료 중인 환자들을 걱정했다. 그는 “이제 2주간의 긴 격리 기간이 끝나 아무런 색안경 없이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갈 시간인데, 긴 시간동안 가족들과 면회조차 금지되었던 환자분들에게 먼저 나가게 되어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다. 지금까지 버텨주신 것처럼 힘내서 다시 시작된 면회 날 누구보다 행복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kubee08@kukimedia.co.kr
△을지대병원 홍민정 수간호사 일기 전문
6월 21일 “하루만 더 버티면 돼”
‘한 밤만 자면 돼, 기다려 줄 수 있지?’
잔뜩 메인 목을 애써 삼키며 우는 아이를 달랬다.
남편도 혼자 애들 보랴 일하랴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내색도 없이 어디 아픈 곳 있는지, 밥은 잘 먹고 있는지 쉴새 없이 물어대는 통에 주변 선생님들의 놀림거리 됐다.
오늘이 21일이다. '하루만 더 버티면 바깥 공기를 쐴 수 있을 거야' 말씀을 전하시던 부장님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부장님에 이어 어디 아픈 곳 있는지 또 확인하는 상황실 전화에 괜찮다고 전했다.
끝이 보이지 않던 나날 속에서 마지막이 보이기 시작하니 없던 힘이 생겨나는 것 같다. 하지만 생각 일 뿐 몸은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지친 모습을 보이면 다른 선생님들까지 동요될까봐 내색하지 못했다.
식욕이 떨어져 식사량은 줄었는데 몸은 부은 느낌이다. 격리가 해제되고 집으로 돌아갔을 때 가족들의 반응이 궁금해 혼자 생각에 잠겨있다 보니 그새 힘이 났다.
중환자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환자분들을 보며 문득 우리가 가족을 만나러 간 사이에는 어쩌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 2주간의 긴 격리 기간이 끝나 아무런 색안경 없이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갈 시간인데,
긴 시간동안 가족들과 면회조차 금지되었던 환자분들에게 먼저 나가게 되어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다.
지금까지 버텨주신 것처럼 힘내서 다시 시작된 면회 날 누구보다 행복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