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접접촉자 파악도 못하는 보건당국…안심병원도 불안하다

밀접접촉자 파악도 못하는 보건당국…안심병원도 불안하다

기사승인 2015-06-27 05:00:55

[쿠키뉴스=김단비 기자] 국민안심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배경에 방역당국의 엉터리 정보제공이 결정적이 역할을 했다.

국민안심병원으로 선정된 병원에서는 일반 환자와 폐렴, 고열 등 메르스 의심증상이 있는 환자를 구분해 진료하고 있다. 동일한 외래공간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열, 기침을 호소하는 호흡기 질환자는 따로 마련된 선별 진료소에서 우선 진료를 받게 된다.

선별진료소로 찾아온 방문 환자에게 의료진은 메르스 발생병원을 경유했거나 이용한 사실에 대해 묻고 2차적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시스템에 올라온 격리자 명단에서 해당 환자의 이름이 있는지 찾아본다. 이처럼 보건당국의 밀접접촉자 정보 제공은 병원이 메르스 환자를 사전에 선별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확진 판정을 받기 열흘 전부터 증상을 느낀 173번 메르스 환자는 어찌된 영문인지 안심병원을 방문한 당시부터 메르스 의심자로 분류되지 않고 일반적인 진료와 검사를 받고 병실에 입원했다. 그 결과 2000여명이 넘는 격리 대상자를 양산했고 병원은 즉각 폐쇄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173번 환자를 놓치고 2000여명의 격리 대상자를 만든 원인은 보건당국의 허술한 밀접접촉자 파악에 있다. 173번 환자는 76번 환자(75·여)가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는 시간에 보호자 자격으로 이 병원에 내원했다가 메르스 바이러스 감염됐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이 기간 응급실을 이용한 환자와 의료진을 파악해 자가격리 조치했음에도 보호자 자격으로 응급실을 방문했던 173번 환자는 밀접접족차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 실수를 범했다.

이후 당국의 언론브리핑에서 ‘환자가 동행인(보호자)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며 자진신고하지 않은 도덕적 헤이를 문제 삼았지만 애당초 초기 격리대상자를 놓쳤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보건당국이 환자의 말에 의존하지 않고 76번 환자가 병원에 머물었던 시기의 CCTV만 꼼꼼히 분석했어도 밀접접촉자를 파악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있다.

강동성심병원 관계자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강동경희대병원을 함께 방문한 시각장애인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있고 동행한 173번 보호자는 누락돼 문제가 커졌다. 173번 환자가 밀접접족차로만 분류돼있었다면 선별진료소에서 메르스 의심자로 격리돼 치료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고, 이렇게 많은 격리대상자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서울의 안심병원은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고대병원, 이대목동병원, 중앙대병원 등이다. 보건당국이 밀접접촉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한 안심병원도 제 역할을 다 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