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이 좋지 않은 사람들을 흔히 물고기에 비유하곤 한다. 열대어인 블루탱 종의 물고기 도리는 말 그대로 돌아서면 방금 전에 일어난 일마저도 까먹는 단기기억상실증을 가지고 있다. “안녕! 나는 도리야. 그런데 너는 이름이 뭐니?” 하고 돌아선 다음, 다시 “안녕! 나는 도리야.”하고 인사하는 물고기 도리가 ‘도리를 찾아서’의 주인공이다.

도리는 그 집이 어디인지도, 부모님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리는 가족을 찾으러 가야 한다는 강한 집념에 휩싸인다. 캘리포니아 모로 베이의 보석이라는 단서만 가지고 길을 떠나려는 도리를 말린은 무모하다며 말리려고 하지만, 이미 니모를 한 번 찾아 나섰던 말린에게 도리는 “나도 너 같은 가족이 있었다”며 도움을 요청한다. 단기기억상실증을 가진 도리는 말린과 니모 없이는 모험이 불가능하다. 말린은 니모를 찾아 나섰을 때의 절박함을 떠올리며 도리의 모험에 합류한다.
모험은 순탄치 않다. 방금 떠나온 곳이 어딘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도리 때문에 말린은 점점 짜증이 난다. 더욱이 캘리포니아 모로 베이의 보석이 거대한 해양 유원지였다는 것을 알게된 뒤부터는 포기하고 싶은 일들의 연속이다. 그러나 도리는 포기하지 않고 유원지로의 진입을 시도한다. 간신히 들어간 유원지 안에서 도리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며 자신의 유년시절을 더듬어나간다.
‘도리를 찾아서’는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 가져야 할 미덕은 모두 가지고 있고, 흔히 유명한 작품의 후속작들이 가지고 있는 안 좋은 점은 거의 없다. 그래픽은 더욱 실감나게 변했고, 몰입감도 훌륭하다. 가족 영화로서의 정체성도 잃지 않았다. 어려운 일들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극복하며 끝내는 가족을 찾아내고, 친구가 직면한 어려움도 외면하지 않는 도리는 전작에서의 존재감에 비해 놀라운 성장을 해낸다. 니모와 말린이 몸을 담그고 있는 바닷물의 그래픽은 꼭 실제 같다.
픽사 장편 애니메이션은 꼭 상영 전에 한 편씩 선물처럼 단편 애니메이션을 함께 개봉하곤 한다. ‘도리를 찾아서’의 짝궁 단편 애니메이션 ‘파이퍼’는 새끼 도요새의 바다 도전을 실감나게 그려내며 감동 또한 안긴다. 다음달 7일 개봉. 전체관람가.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