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안기종 대표(한국환자단체연합회)
환자단체연합회에는 치과에서 뽑은 폐금니 소유권 관련한 민원이 종종 접수된다. 최근에도 50대 중반의 한 주부가 “금니를 치과에서 뽑은 후 직원에게 금니를 돌려달라고 했는데 거부당했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치과 직원은 뽑은 금니는 의료폐기물이기 때문에 치과에서 폐기를 할 뿐이지 환자에게 함부로 줄 수 없다는 것이다.
환자는 당연히 자신의 소유라고 생각했던 폐금니를 돌려받을 수 없다는 말에 무척 당황했다. 그리고 치과 직원의 이러한 설명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환자단체연합회에 문의 전화를 한 것이다.
인터넷 포탈사이트에 ‘폐금니’ 단어로 기사를 한번 검색해 보았다. 우선 2012년부터 4년째 버려지는 폐금니를 모아 성금을 마련해 도내 소외 이웃들의 의료비를 지원하는 ‘행복한 금니 모아 캠페인’을 진행 중인 경북치과의사회의 훈훈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2013년에 자신이 일하는 광주의 한 치과에서 ,500만원 상당의 폐금니(300g)를 훔친 30대 여성 치위생사를 경찰이 검거한 기사도 발견했다.
‘고가매입, 바로 현금지급 등’의 문구로 홍보하는 폐금니 매입 목적의 상업성 광고 홈페이지 주소도 많이 보였다. 폐금니만을 전문으로 온라인 판매하는 업체도 있었다. ‘폐금니’가 돈이 되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제 금니 제 것 아니에요?”
먼저 대한치과의사협회에 문의해 보았다. 협회 관계자는 “혈액 혹은 치아의 일부가 붙어있는 금니는 의료법상 의료폐기물이기 때문에 치과에서 보관하고 수거업자에게 처분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통째로 금니든, 금으로 일부 때운 치아든 보통 뽑는 과정에서 의료폐기물화 되어 환자가 가져가는 것은 사실상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관계자의 답변과 금니를 돌려주지 않은 치과 직원이 한 말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에는 의료법을 한번 찾아보았다. 그러나 의료법에는 의료폐기물 관련 규정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보건복지부에 문의한 결과 1999년에 인체적출물 처리 주무부서가 기존 보건복지부에서 환경부로 변경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의료폐기물 처리방법 등을 규정한 환경부의 ‘폐기물 관리법’에 의하면 치아는 ‘적출된 인체조직물’이기 때문에 의료폐기물에 해당한다. 보관은 60일까지 가능하고 그 이후에는 폐기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뽑은 금니는 보관하다가 의료폐기물 수거업자에게 넘겨야 한다는 치과 직원 및 대한치과의사협회 관계자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그렇다면 환자가 자신의 금니를 돌려받을 방법은 전혀 없는 것일까? ‘폐기물 관리법’의 세부 규정을 꼼꼼히 살펴보면 대한치과의사협회 관계자의 설명과 다른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깨끗한 금니는 환자 것, 안 깨끗해도 환자 것
결론부터 설명하면 금니는 신체조직의 일부라고 볼 수 없는 별개의 금속이고, 환자가 신체의 일부처럼 보관하고 있었던 만큼 신체와 분리 후에도 당연히 환자에게 소유권이 있다.
환경부에서 의료폐기물 종류의 다양화로 인한 혼란을 막고자 2010년도에 마련한 ‘의료폐기물의 종류에 대한 구체적 열거규정’을 보면 “치아에서 분리되고 혈액 등의 의료폐기물이 묻어 있지 않은 금 치아”는 의료폐기물로 분류하지 않는다. 의료폐기물이 아니므로 환자 소유의 폐금니일 뿐이다.
그 중 ‘골드크라운’이라고 부르는 완전한 치아 형태의 금니는 다양한 형태의 금니 중 가장 부피가 크고 금 함유량도 많다. 보통 순금 함량이 46% 이상이다. 그리고 발치 시에도 출혈 없이 비교적 쉽게 분리가 되어 의료폐기물화 되는 경우는 드물다. 별도의 절차 없이 환자가 돌려받을 수 있다.
여기까지만 하더라도 뽑은 금니가 대부분 의료폐기물화 된다는 대한치과의사협회 관계자의 설명과는 상당 부분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금니 발치 시 혈액·고름·분비물 등 감염성 폐기물이 묻어 의료폐기물화 되는 경우에는 환자가 폐금니를 포기해야 될까? 보통은 의료폐기물로서 처리되겠지만 그래도 환자가 돌려받을 방법은 있다. 본인의 신체에서 나온 적출물이기 때문이다.
*사진=‘인체적출물 인수 동의서’를 환자가 작성만 하면 혈액·고름·분비물 등의 감염성 물질이 묻었어도 뽑은 폐금니를 돌려받을 수 있다. 보통 치과마다 위의 양식을 구비해 두고 있지만 없을 경우를 대비해 인터넷 포탈사이트에 ‘인체적출물 인수 동의서’를 검색해 환자가 미리 출력해서 지참해도 된다.(한국환자단체연합회 제공)
‘폐기물 관리법 시행규칙’ 제14조에서는 ‘폐기물 처리 등의 구체적 기준·방법’(제14조 관련)’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의료폐기물 중 인체조직물은 본인이 요구하면 인도해 주도록 규정되어 있다. 환자가 ‘인체적출물 인수 동의서’를 작성만 하면 된다. 결국 폐금니가 어떤 상태이냐에 따라 인수절차는 복잡해질 수는 있지만 소유권 변동은 없고, 환자가 돌려받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뽑은 폐금니, 파는 것이 가능한가?
환경부는 2007년도에 공식적으로 피·고름·분비물이 묻지 아니한 폐금니는 의료폐기물로 분류되지 않으므로 폐금업체를 통한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이는 환경부 폐자원과를 통해 확인한 사실이다.
*사진=폐금니를 폐금업체가 매입이 가능한지에 대한 ‘환경부 폐기물 관련 질의·응답 사례집’의 공식답변(출처: 환경부)
이러한 폐금업체들은 인터넷으로도 쉽게 검색할 수 있고, 택배로 폐금니를 보내면 수령 후 바로 계좌번호에 돈을 입금해 주는 간단한 방식으로 폐금니를 사들인다.
지난 6년 간 폐금니만 취급해 온 한 매입업자는 “몇 년 전부터 폐금니를 돈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소비자들이 폐금니 판매를 문의하는 경우가 급속도로 늘어났다. 그러면서 치과에서 뽑은 폐금니를 돌려달라고 하는 과정에서 갈등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래서 돌려받을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고객에게 설명해 주는 일도 많다.”고 설명했다.
4~5년 전부터 이러한 폐금니 매입업체들의 수가 늘어난 것은 금값의 상승이 가장 큰 이유다. 실제로 금값은 2011년도 사이에만 1그램 당 4만8000원에서 6만5000원으로 1.5배 가까이 상승했다. 일반적으로 완전한 치아 형태의 폐금니(골드크라운) 한 개의 현 시세가 3~4만원에 육박한다.
이런 상황에서 치과 역시 기왕이면 굳이 폐금니를 환자에게 돌려주지 않는 것이 이득이다. 일부 폐금니 수거업자들은 치과병의원과 계약을 맺고 대량의 폐금니를 돈을 주고 수거해 가기도 한다. 한 금속추출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업체 역시 일부 치과병의원과 계약을 맺고 폐금니를 수거한다고 했다. ‘수거’가 아닌 일종의 ‘매입’인 셈이지만 ‘금’이라는 특성상 수거업체에서도 돈을 주고 가져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환자들이 주의해야 할 것은 감염성 물질이 묻은 폐금니는 인도 받더라도 사고파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의료폐기물인 폐금니를 사들이는 구둣방, 노점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것은 폐기물관리법상 불법이다. 의료폐기물 불법 매매가 적발될 경우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