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승희 기자] 서울 관악경찰서의 이벤트 홍보 글이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관악서는 지난 17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 ‘포켓몬 GO’를 패러디한 ‘몰카범 잡GO’ 이벤트 관련 글을 올렸다.
몰카범 잡GO는 관악서에서 몰래카메라(몰카) 범죄 예방을 위해 만든 행사로 지난 18일부터 시작해 10일간 진행된다.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과 ‘신림역’에 붙은 5명의 몰카 범죄자들의 스티커를 찾은 뒤 관악서 페이스북 계정에 ‘XXX(범죄자 이름) 검거 완료’라는 댓글을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대하는 네티즌의 반응은 냉담하다.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관악서에서 설정한 범죄자 캐릭터 ‘John 잘’이다. ‘존잘’은 ‘정말 잘생겼다’를 뜻하는 속어다. ‘꽃미남 유학파’로 묘사된 John 잘은 5명의 범죄자 중 외모가 가장 수려하다. 다른 캐릭터와 인물의 배경에 꽃이 그러진 것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또 당당하게 범죄를 저지르는 John 잘의 모습은 다른 범죄자가 선글라스나 손목시계 등에 달린 카메라로 조심스레 몰카를 시도하는 모습과는 대비된다.
관악서는 ‘잘생긴 외모로 몰카범(으로) 의심받지 않는다’고 캐릭터를 설명했지만, 네티즌들은 ‘존잘’ ‘꽃미남’ ‘유학파’ 등의 용어가 범죄자를 미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인기 게임을 차용한 점도 문제시됐다.
관악서가 패러디한 포켓몬 GO는 미국의 게임회사 ‘나이앤틱(Niantic)’과 일본의 IT기업 ‘닌텐도’가 합작으로 만든 게임이다. 유저들은 게임 속에서 포켓몬이라고 불리는 캐릭터를 수집하며 다른 유저와 싸워야 한다.
몰카범 잡GO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범죄자 스티커를 찾기 위해 지하철 역내를 돌아다녀야 한다. 경품의 수가 한정되어 있으므로 다른 시민과의 경쟁도 불가피하다.
네티즌들은 몰카 범죄가 지닌 위험성에 비해 시민들이 가벼운 마음이나 유희거리로 범죄를 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페이스북 사용자는 “장난처럼 여길 일이 아니다. 어린이집에 아동학대 신고 포스터를 붙인다고 가정해봐라. 제목은 ‘학대범 잡GO’이며 ‘막때려’라는 이름의 학대범의 얼굴이 귀엽게 묘사된 것”이라며 비판했다.
관악서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나중에는 ‘살인범 잡GO’도 한다고 하겠다” “한국 경찰의 성범죄에 대한 의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구나” “범죄사건은 이벤트가 아니다” “예방 차원으로 이벤트를 진행하려 했다면, 몰카범죄가 얼마나 무서운 범죄인지 알리는 방향으로 해야 했다” “범죄자를 왜 시민이 잡나? 경찰이 잡아야지” 등의 댓글이 빗발쳤다.
관악서 여성청소년과는 19일 오후 1시쯤 “여성 대상 범죄를 희화화하거나 심각하지 않은 범죄로 바라본 것이 아니다”라며 “해당 이벤트는 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적극적인 신고를 유도하는 차원에서 실시했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현재 해당 이벤트 글은 삭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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