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이연진 기자] 실수요자를 피해자로 만든 조급증 걸린 부동산 정책

[현장에서/이연진 기자] 실수요자를 피해자로 만든 조급증 걸린 부동산 정책

기사승인 2016-12-10 06:00:00

 

[쿠키뉴스=이연진 기자] 정부가 지난 11월 열기를 넘어 과열 양상을 보이는 부동산 시장에 칼을 빼들었다. 서울 강남의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투기·과열 경고음이 커지자 이른바 '11.3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11.3 대책에 따라 서울, 경기, 세종시, 부산 등 선정된 일부지역에서는 분양권 전매, 청약 1순위 자격, 분양권 재당첨 제한 등의 규제가 강화됐다. 대신 실수요자들에게 내집 마련 기회를 확대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11.3 대책 시행 후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대책 시행 한 달 여가 지난 현재 부동산 시장은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수요가 걷히고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된 모습이다.

정부에서는 의도한 대로 부동산 과열이 진정되고 투기적 가수요가 잡힌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실수요자에게 내 집 마련 기회가 확대됐을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실수요자들 입장보면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 완화정책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오를 대로 오른 분양가를 마련하기 어렵고 잔금대출 등 강력한 금융규제로 돈줄 마저 막혀 버렸다. 

실제 올해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대·중·소 모든 면적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또 소형과 중소형, 중대형 등은 3.3㎡ 당 사상 첫 2000만원 초과 시대를 열었다.

업계에서는 서울시 평균 분양가격이 고공 행진하는 원인을 재건축 규제완화 때문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정부는 2014년 이후 재건축초과이익환수를 3년 동안 유예했고 재건축 허용연한 10년 단축(40년→30년)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 다양한 규제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이 영향으로 서울 강남일대 재건축단지 사업진행에 속도가 붙으면서 서초구 잠원·반포와 강남구 개포 일대 재건축아파트 일반분양 가격은 3.3㎡당 평균 4000만원을 넘었다.

이와 함께 내년 1월부터 강력한 금융규제도 적용할 방침이다. 분양시장 집단대출에 대해서 분할상환 방식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잔금대출마저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과 실수요자의 주택시장 진입 장벽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런 금융규제는 여유 자금이 많은 강남권 투자자들은 타격을 입지 않고 오히려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정부의 조급증 걸린 부동산 정책은 투기 수요를 잡으려다 오히려 실수요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정부는 11.3 대책을 통해 실수요자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가장 큰 피해자로 만들어 버렸다.

lyj@kukinews.com

이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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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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