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최근 인기리에 방영됐던 한 의학드라마가 종영했다. 드라마 속에서 의사는 타인의 생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존경의 대상으로 그려진다. 거기에 낭만까지 겸비한 의사들의 모습은 충분히 멋지고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드라마와 현실은 달랐다. 최근 해부 실습 도중 SNS에 인증샷을 올린 의사들이 논란이 됐다. 해당 사진 속에서 의사들은 팔짱을 낀 채 웃고 있었고, ‘자극도 되고’, ‘유익했다’는 코멘트도 함께 달려있었다. 실습 주제이기도 했던 시신의 하체는 보란 듯이 노출돼있었다.
이 외에도 수술 도중 생일파티를 한 의사가 있었는가 하면, 진료 중 성범죄를 저지를 의사, 사무장병원에 가담한 의사, 주사기를 재사용한 의사 등 나쁜 의사들은 믿을 수 없이 다양한 모습을 보여 왔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에게 필요한 의사가 정말 ‘낭만닥터’인지는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대체로 ‘의사’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헌신, 봉사 등 고차원적 가치에 멈춰있는 점도 문제다. 이러한 가치는 궁극적으로 환자의 안전과 생명, 그리고 존엄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이 일련의 사태로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본도 지키지 않는 의사들에게서 낭만을 찾았다며 환자들의 실망만 커지고 있다. 다양한 군상이 속한 의사집단에 대해 이상형을 정해두고, 계속해서 미화시키는 콘텐츠 생산도 위험해 보인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의사는 의학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원칙과 기본을 지키는 의사다. 기본이 바로서지 않은 의료는 환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며 오히려 공포를 안겨줄 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강조할 것이 아니라 비윤리적 의료인을 제재하는 보다 현실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의료계는 원칙과 기본을 되돌아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는 끝났고 환상도 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