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최근 몇 달 새 벌써 여러 명의 의사들이 비윤리적 문제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왜 의사들에게 유독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취재 차 만난 의사들에게 직접 물어보니 어떤 이는 ‘낮은 수가 등 어려운 의료현실’을 꼽았고 또 다른 이는 ‘의사협회의 힘이 너무 약하다’며 협회차원에서 강한 처벌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느닷없이 ‘종편’ 때문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의사도 있었는데, 자극적인 언론과 더불어 거짓 의료지식을 전하는 쇼 닥터 문제가 심각하다는 설명에 당황스러웠지만 수긍되는 면도 없지 않았다. 한편에는 ‘일부의 문제를 의사전체로 확대해선 안 된다’며 거리를 두는 의사도 있었다.
공통적으로 많이 나왔던 답변은 ‘삭막해진 세태’였다. 개개인의 이익을 가장 우선시하는 사회 분위기 문제가 가장 크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론 전반적인 사건사고들의 수준이 과거에 비해 과격해졌기 때문이라는 의견, 성적만 중시해왔기 때문이라며 학생들에게 도덕, 윤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있었다. 환자들의 태도가 과거 의사선생님으로 대접받던 시절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며 핀트가 엇나간 푸념을 늘어놓는 의사도 있었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11월 대한의사협회는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앞서 한 의사의 지적처럼 의사협회 차원의 자율규제권을 확보해 자체적으로 자정활동을 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의사협회는 윤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기껏해야 회원정지, 복지부 처분 의뢰 등만 가능해 처벌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문제는 야심차게 시작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에서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점이다. 얼마 전 카데바 실습 중 사진 촬영한 의사들이 논란이 됐었다. 해당 의사들 중 한 명이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실시 지역에 속한 것이 알려지며 첫 번째 규제 대상이 될 지 관심이 모아졌지만 이 마저도 순탄하지 않은 상태다. 앞서 의협 전문가평가제 관계자는 해당 사건의 경우 실습 중 일어난 일이므로 ‘의료행위’로 적용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한 바 있다.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대상이 현행 의료법 안에서 적용되는 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체 규제권 확보가 취지인 만큼 의료법보다 철저하게 규제되지 않는다면, 의사들의 처분 양형을 낮추기 위한 기구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나타난 윤리적 문제들의 심각성은 의사들 스스로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대안을 제시한 것도 의사들이다. 다만 사회의 목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듣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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