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원라인’(감독 양경모)속 장과장은 사기꾼이지만, 자신이 가진 신조만은 지키는 일종의 영웅적 캐릭터다. 부정적인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은행 기관들에게 사기를 쳐 돈이 정말 필요한 서민들에게 돈을 준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전형적이지만, 작품에서 장과장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말할 수만은 없다. ‘원라인’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진구는 “너무 뻔한 캐릭터가 내게 주어진다 해도 전형적이지 않게 만들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시나리오에만 존재하는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낀다는 것이다.
“제가 하기로 결정한 이상 뻔한 캐릭터라도 감독님이나 동료 배우들과 상의하며 최대한 특별하게 만들어보려고 노력해요. 그 작업이 성공하면 저도 희열을 느끼지만 관객들도 좀 더 작품을 재미있게 볼 수 있기 때문이죠. 한정적이지 않은 것을 추구하고 싶어요.”
드라마 ‘태양의 후예’ 이후로 진구에게 들어오는 시나리오들이 대폭 늘었다.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캐릭터가 주류지만, 다 그렇지만은 않다. 진구는 최근 새로운 재미를 느꼈다고 털어놨다. “아직까지 제가 시나리오를 고른다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에요. 아직도 선택받는 입장이죠. 그렇지만 그게 오히려 행운이라고 느끼는 지점이 종종 있어요. 제가 시나리오를 골라 보면 어쩔 수 없이 캐릭터가 한정적일 텐데, 보내주시는 시나리오들은 상상도 못했던 역할들이 있곤 하거든요. 그게 큰 재미예요.”
반대로 ‘태양의 후예’의 성공 이후 작품을 선택하는 데 부담감이 있을 법도 하다. ‘원라인’의 경우 ‘태양의 후예’ 이전에 찍은 작품이라 큰 부담 없이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다음 작품이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그래도 최대한 부담 없는 척 하려고 해요. 그래야 제가 상처를 덜 받아요.” 상처란다. 어떤 상처냐고 물으니 ‘너무 빨리 사라지는 거품’이라고 진구는 표현했다.
“드라마 ‘올인’때 상처를 입었어요. 그 때 저는 정말 데뷔한지 4개월밖에 안되는 초짜였는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죠. 연기에 대해 우습게 알았고, ‘왜 남들은 이렇게 못 하지? 성공이 이렇게 쉬운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 사랑이 딱 보름 가더라고요. 예를 들면 저희 집 앞에 진치고 선물을 들고 있던 팬들이 20명쯤 됐는데, 해외 일정을 소화하고 오니 아무도 없더라고요. 20명이 0명이 된 거죠. 그 때 상처를 받았어요. ‘아, 세상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구나’라는 걸 느꼈죠.”
그 후로 진구는 ‘다음에 이런 기회가 온다면 더 성장해 있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털어놨다. 욕심 부리지 않고 남들보다 앞서가지 않도록 완급 조절을 해야 자신이 상처도 덜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것이 연기가 진구에게 준 가장 큰 변화다.
그렇다면 진구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것은 뭘까. “사람을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남들이 보면 다른 사람에게 굽신거린다 할 정도로 사람을 좋아하거든요. 다른 사람에게 잘하면 제게도 돌아오게 돼 있더라고요. 사람들을 보면서 제가 성장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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