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통사, 왜 '최초'에 매달리나

[기자수첩] 이통사, 왜 '최초'에 매달리나

기사승인 2017-04-25 08:39:25


[쿠키뉴스=김정우 기자] 이동통신 업계가 무의미한 최초’ 경쟁에 얼룩지고 있다는 비판은 이제 익숙한 주제다. 이통사 뿐 아닌 한정된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어떤 업계라도 나타나는 문제다. 이들의 경쟁은 정말 의미가 없을까.

2014년 이통 3사는 ‘3밴드 LTE’ 네트워크 기술 최초 상용화를 두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SK텔레콤이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4 S-LTE’ 단말로 3개 주파수 대역을 묶는 기술을 처음으로 상용화 했다고 주장하자 KT와 LG유플러스는 시험용 단말을 통해 상용화라는 억지 주장을 편다며 각각 3밴드 LTE 최초 상용화 경쟁에 열을 올렸다.

이통사의 이 같은 이미지 경쟁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지난해 MWC에서는 SK텔레콤과 KT의 5G 네트워크 속도 경쟁도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아직 표준화도 이뤄지지 않은 기술을 두고 각각 여러 글로벌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발판을 마련해가는 단계에서 의미 없는 수치 경쟁을 벌였다는 평가다.

올해도 ‘최초’ 선점을 둘러싼 이미지 경쟁은 재현됐다. 포문은 KT가 열었다. 지난 12일 KT는 스마트폰 배터리 절감 LTE 기술인 ‘CDRX’를 국내 이통사 중 최초로 전국망에 적용했다고 발표했다. 자체 인력으로 전국 각지에서 테스트한 결과 서비스 중인 이통사는 KT 뿐이라는 내용도 함께 밝혔다.

SK텔레콤은 발끈했다. 이미 전국망 적용을 완료하고 수도권과 충청도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 중이며 최신 단말기 출시에 맞춘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작업 때문에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해명에 이어 당일 오후부터 KT 본사가 위치한 서울 광화문 일대 등에 서비스를 가동했고 현재는 전국 서비스를 개시한 상태다.

당시 KT도 CDRX가 자신들만의 기술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2년의 노력 끝에 최적의 저전력 모드 가동 비율을 찾아 네트워크 품질 저하 문제를 해결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황급히 서비스를 개시한 SK텔레콤은 저전력 모드 가동 비율을 공개하지 않았다.

SK텔레콤은 ‘4.5G’ 마케팅으로 반격을 가했다. 지난 20일 삼성 ‘갤럭시 S8’부터 적용 가능한 5밴드CA, 4x4 MIMO, 256QAM 등 기술 조합을 통해 기존 LTE 대비 향상된 최대 700mbps의 전송속도를 구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분히 ‘2018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통신 파트너로 5G 시범사업을 앞두고 있는 KT를 견제하기 위함이다.

KT는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기존 ‘LTE-A 프로’ 기술과 같은 개념으로 애당초 4.5G라는 용어는 존재하지 않으며 이며 SK텔레콤의 5개 보유 주파수 대역을 묶는 5밴드CA 기술도 자사의 4개 주파수 CA 기술로 구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결론적으로 SK텔레콤과 KT의 네트워크 기술력에 확연한 격차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보유 기술 역량을 십분 활용해 소비자에 더 나은 서비스 품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이미지 경쟁에 가깝다.

CDRX 전국 상용화 발표 당시 KT 관계자는 “독자 기술은 아니지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화두를 던짐으로써 업계의 서비스 경쟁을 이끌 수 있다는 의미다. SK텔레콤의 4.5G 역시 본격적인 5G 서비스 이전에 가능한 최고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할 수 있다.

과거 이통사들이 의미 있는 기술 격차 없이 단순한 이미지 선점 경쟁을 벌인 것은 자명하다. 소비자로 하여금 마치 독자적인 기술을 갖춘 것으로 오인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불필요한 마케팅으로 발생한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면 더욱 용납할 수 없는 행태다.

하지만 최근 이통사들의 각축은 한정된 시장에서의 경쟁 한계를 절감하고 기술 고도화를 통해 조금이라도 차별화를 꾀하려는 의지를 함께 담고 있다. ICT(정보통신기술)를 통한 신성장동력 마련 차원에서는 여러 전자·인터넷·모바일 사업자들과도 경쟁과 협력을 마주해야 한다. 더 이상 ‘우물’ 안에서 밥그릇 싸움을 할 처지는 아니라는 뜻이다.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추구하고 미래부·방통위 등 주무부처가 이들의 경쟁을 면밀하게 살펴 소비자 편익을 저해하지 않는지 감독 의무를 다한다는 전제 아래 사업자들의 서비스 경쟁은 건전한 기업 활동으로 남을 수 있어야 한다.

tajo@kukinews.com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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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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