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긴장감이 16회 내내 이어졌다. 최근 종영된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 얘기다. ‘귓속말’은 SBS ‘추적자’, ‘황금의 제국’, ‘펀치’를 집필한 박경수 작가의 작품답게 방송 내내 시청자들에게 숨 쉴 틈을 주지 않았다.
극 중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이 느낀 감정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29일 서울 이태원로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상윤은 힘들었던 순간을 묻자 행복했던 순간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요양원에서 어머니를 마주하는 잠깐의 순간 외에 대부분 장면에서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는 말이었다.
“높은 시청률이 나오고 재밌게 봐주셨지만 무겁고 힘든 장면이 많았어요. 촬영 현장은 즐거웠지만 분명 좀 힘이 들었어요. 어머니랑 같이 있는 장면을 찍을 때만 숨을 쉴 수 있었어요. 나머진 다 기 싸움과 신경전이 이어졌거든요. 한 번은 심각한 장면을 리허설 하던 도중에 제가 장난으로 밝게 대사를 하고 박수친 적이 있었어요. 그 순간 다들 너무 재밌어 하더라고요. 배우들끼리 이렇게 웃으면서 찍을 수도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죠.”
박경수 작가와 첫 호흡을 맞춘 소감도 전했다. 그동안 몇 편의 드라마를 통해 박 작가는 자신의 색깔을 뚜렷하게 구축해왔다. 대사의 힘이 강하고 반전에 반전이 이어지는 사건 전개는 트레이드 마크다. 이상윤은 박 작가의 대본을 이해하고 연기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박경수 작가의 대본은 이야기의 힘이 강하고 속도가 빨라요. 제가 이전에 했던 작품들은 멜로가 많았어요. 주로 인물의 감정과 인물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되는 방식이었죠. 하지만 ‘귓속말’은 사건에 집중하는 드라마예요. 처음에 이동준의 입장에서만 해석하다보니까 전체 이야기와 인물을 대응하는 힘이 약하게 느껴졌어요. 제 연기 톤 조절에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시간이 지나서야 전체 흐름 안에서 인물을 해석해야 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시행착오를 겪은 거죠.”
이상윤은 최근 작품에서 보여준 자신의 연기에 대해 아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작 KBS2 ‘공항 가는 길’에서는 대본을 잘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 이번 ‘귓속말’에서는 대중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아쉬움이다. 자신이 대본에서받은 느낌을 현장에서 표현하지 못해 속상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귓속말’에서 제가 충분히 잘해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박경수 작가님 작품의 남자 주인공에 대한 대중의 기대에도 제가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감정적인 흐름이나 빠른 진행을 제가 잘 쫓아가지 못했던 것 같아요. 요즘 작품을 하면 할수록 제가 부족하다는 걸 느껴요. ‘공항 가는 길’도 대본이 너무 좋았는데 제가 받은 좋은 느낌을 100% 살리진 못했다고 느꼈거든요. 맡은 배역이 커져서 그런가 싶은 생각도 해요. 그래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기에 적합한 배우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제 자신을 돌아보고 뭐가 부족한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이상윤에겐 ‘바른 생활 사나이’, ‘교회 오빠’ 같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확고한 캐릭터가 있다는 건 장점이지만,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귓속말’을 선택한 것도 어떤 장르, 어떤 역할이든 소화할 수 있는 배우로 나아가는 과정이란다.
“이전에는 해본 것들을 계속 했다면, 이젠 새로운 상황과 인물들을 연기하고 방식도 다르게 해보려고 해요. ‘귓속말’도 그렇게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전 어느 정도 연기하다가 그만둘 생각이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작품을 통해서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배우에 아주 잘 맞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연기를 계속 하고 싶어요. 연기자로서 살아가는 게 좋거든요. 끊임없이 부름 받는 오래가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