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구현화 기자] 면세점 입찰 비리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 측근의 '면세점 게이트'로 번지는 모양새다. 면세 사업이 윗선의 입김에 따라 좌지우지됐던 것이 감사원 수사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화와 두산은 특혜를 받았고 롯데는 불이익을 받았다. 기준도 원칙도 모두 무시됐다.
업계에서는 문제가 있는 줄은 알았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탄식이 나온다. 이상한 관세청의 결정에 휘둘리면서도 면세점 업계는 2015년 두 번의 입찰과 2016년 한 번의 입찰에서 불철주야 끊임없는 경쟁을 해야 했다. 허가 산업인 만큼 진입이 어려워 수많은 공을 들여야 했던 탓이다. 그 와중에 선정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떨어진 업체들은 수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떨어진 데 대한 책임을 감내해야 했다.
업체들의 유형 무형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다. 롯데의 경우 두 번의 고배를 마셨다. 처음 두산타워와 경쟁했던 동대문 피트인점은 억울하게 면세점 입점을 놓치게 됐다. 여기에 롯데는 매출규모 2위의 알짜 면세점인 월드타워점을 닫으며 일부 직원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2016년 한 번 더 면세점 입찰에 나서면서 우여곡절 끝에 월드타워점 문을 다시 열긴 했지만 월드타워점 면세점을 운영하지 못한 기간 동안 막심한 손해를 봤다. 상대적으로 피해를 덜 본 HDC신라면세점이나 신세계도 계속해서 경쟁 속에 휘말리며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면세업계로서는 메르스 이후 중국에 쏠린 관광객에 대한 대비책으로 다각화 등을 고민해야 할 시기에 면세업 특허 따기에 몰두하며 앞에 놓인 산에만 온 역량을 집중한 탓이다. 그만큼 글로벌화, 국제화 등 다양한 부분에 쏟을 수 있는 역량을 놓친 셈이다. 이 같은 제도 때문에 면세업체들은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따라 면세사업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을 갖지 못하고 단기적인 특허에 목 매달게 됐던 것이다.
특혜 시비에 둘러싸인 한화와 두산 등 선정업체들은 엄청난 이미지 훼손은 물론 영업 취소를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의 로비 참가 여부와는 별개로 하더라도 특혜로 면세점 특허 면허를 딴 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들 면세점에 현재 근무하는 직원들은 당장 실업의 불안에 떨게 됐다. 이 직원들은 다른 면세점에서 옮겨온 이들도 많다.
한국 면세업에 대한 국가적인 이미지 실추도 매우 큰 무형의 피해로 보인다. 글로벌 규모로 1위인 국내 면세업 시장이 이토록 주먹구구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게 된 노릇이다. 앞으로 외국의 면세점 진출 등에 있어 '한국 디스카운트'를 당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불거지고 있다.
앞으로 검찰 조사가 이뤄지면서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전(前) 대통령의 혐의가 더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원칙과 기준을 무너뜨리면 이처럼 엄청난 후폭풍을 남기게 되는 것이 놀랍고도 허탈하다. 그 사이에 직원들 포함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앞으로 검찰은 이와 관련한 혐의를 낱낱이 밝혀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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