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는 제작 당시에는 순조로운 흥행이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지금은 예상 외의 암초에 부딪쳤다. 2000여개를 넘는 스크린 개수에 의한 독과점 논란, 영화 속의 일본 군가 제창 등.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코어 자체는 압도적이다. 개봉 이틀째 155만명.(28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놀라운 이 숫자에 관해 지난 27일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송중기는 “제가 참여한 영화가 사랑을 많이 받는 것 자체는 진심으로 기쁘다”고 말문을 열었다.
“관객의 스코어가 신기록이라거나 하는 건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요. 호평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긴장되거든요. 저도 항상 호평만 바라지 않기도 하고요. 그리고 관객분들이 저희 영화를 보시고 안 좋게 느끼신 부분이 있다면 그것도 받아들이려고 해요. 어떻게 호평만 있겠어요?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한데요.”
본 사람이 많으니 평가도 다양하고 많다. 혹평도 당연히 쏟아지고, 시쳇말로 ‘별점 테러’까지 이뤄지고 있는 상황. 그러나 송중기는 “미리 매 맞는 게 낫다”고 답했다. “사람이니까 혹평은 당연히 속상하죠. 그렇지만 매를 맞을 거면 미리 맞는 것이 나아요. 제가 이 작품을 끝으로 연기를 그만둘 것도 아니고, 이후로도 다양한 작품을 할텐데 좀 맞아 봐야 나중에 또 맞아도 상처가 덜하겠죠. 상처를 담아놓는 스타일이긴 한데 그만큼 금방 잊어버리려고 노력해요.”
배우 송혜교와 결혼을 발표한 이후 ‘군함도’에 쏠리던 관심이 송중기에게로 옮겨간 것도 사실. 송중기 또한 제작진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혼 발표를 안 할 수는 없었다는 것도 송중기의 입장이다. 작품 외적으로, 자신의 인생에서 훨씬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 배우자가 될 송혜교에 관해서는 “좋은 사람이라, 평생을 함께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평했다.
결혼이 기분 좋은 미안함이라면, 송중기는 ‘군함도’에 관해 또 다른 우려를 안고 있다. 한류스타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송중기는 일본에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으나, 일제 치하의 강제징용을 다루고 있는 만큼 일본 팬들이 송중기의 선택에 불만을 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많은 한류스타들이 일제 치하 관련 작품에 출연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송중기는 “일본 쪽 걱정은 솔직히 많이 안 했다”고 단언했다. 자신은 단순이 연예인이지 공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가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고, 영향력도 있는 배우가 됐지만 팬이 더 늘고 줄고를 고려해가면서 작품 선택을 정치적으로 하고 싶지는 않아요. ‘내 역사적 생각을 좀 숨기면 광고도 많이 찍을 수 있겠지?’라는 태도로 활동을 했다면 제가 배우로 살아가는 게 정말 괴롭지 않을까요? ‘군함도’를 선택한 것도 영화가 다루고 있는 역사적 시선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고, 할 말은 해야죠. 비겁한 행동을 한 사람이 ‘한류스타’라는 수식어를 들을 자격이 있을까요? 물론 팬들이 제 선택을 믿어줄 거라는 굳은 신념도 있어요.”
“소재가 무거워 버겁게 느끼시겠지만 상업 영화니까 편한 마음으로 보러 오시면 좋겠어요. ‘군함도’ 후반의 탈출 장면은 제가 보기에는 한국 영화들 중 역대급이라고 감히 자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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