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살충제가 들어간 계란을 먹어왔다니, 너무 끔찍해요."
지난 16일 기자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돌면서 만난 주부들은 언론을 통해 접한 살충제 계란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먹을거리에 대한 걱정에 휩싸이는 먹구름에 찬 얼굴이었다.
주부들은 언론을 통해 살충제 계란으로 알려졌던 경기도산 '08'번호를 골라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또 집에 있는 남은 계란을 어떻게 처리할까를 놓고 발을 동동 굴렀다. 산 지 얼마 안 된 계란을 어떻게 반품하는지를 물어왔다. 인터넷 까페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온통 살충제 계란 이야기로 도배됐다. 특히 면역력이 취약한 아이들에게 음식을 먹이는 아이 엄마들은 어떤 걸 먹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지난 16일만 해도 대형마트는 소비자 피해를 우려해 진열된 계란을 신속하게 치우며 계란 사건은 그런대로 일단락이 되는 듯했다. 전통시장에서는 계란이 계속 팔리고 있었지만 소비자들은 계란을 골라내며 신중하게 보는 모습이었다.
문제가 커지고 있다. 이제는 대형마트에 납품하던 계란에도 문제가 불거졌다. 홈플러스PB상품인 '신선 대 홈플러스'에서 충남 천안의 농장이 닭 진드기용 살충제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이마트에서도 경기 여주와 이천에 있는 두 농장에서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소비자들은 이제 어처구니가 없어 할 말을 잃고 있다.
나름대로 품질 검사를 한다는 대형 마트가 이 정도면 그동안 유통된 계란에서는 살충제가 얼마나 뿌려져 있엇던 건지 경악할 수준이다. 18일 현재 살충제 계란이 나온 농장은 49개에 달하고 있다. 정부의 전수조사가 전체 계란 중 일부만을 대상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살충제 계란은 더 늘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친환경 축산물에서 나온 계란도 있어서 더욱 충격은 크다.
그동안 가습기 살균제 등의 사건으로 화학 제품이나 먹을거리에 더 민감해진 소비자들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농가들의 부주의와 정부 정책의 허술함이 또 한 번 드러났다. 살충제 계란으로 소비자들은 멀쩡한 계란도 두려움에 잘 못 먹고 있고, 계란을 많이 사용하는 식음이나 제빵 업종 등은 파리가 날리고 있는 실정이다.
정책당국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해 가고 있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도 우울하고 참담한 마음이다. 인터뷰한 한 주부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아이에게 뭘 먹여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제는 정말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 당분간 이 실망감은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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