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성의 커피소통54] 커피는 만국공통어다

[최우성의 커피소통54] 커피는 만국공통어다

기사승인 2017-08-25 14:13:54

최근 보도된 뉴스를 보면, 헤드셋을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동시통역으로 대화가 가능하게 기술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기술이 발전하다보면 전 세계인들이 자기 고유의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다른나라 사람들과 불편없이 대화하는 날이 곧 오게 될 것 같다.

'인류문화학자'들에 의하면 인류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같은 어머니에게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유전자를 통해 조상을 역추적하다가 아프리카가 인류의 시작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발견된 화석에 '이브'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같은 조상으로부터 시작된 인류가 처음부터 언어가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처음에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다가 점점 거주지가 서로 멀어지면서 사투리가 생기고,세월이 지나가면서 고립된 지역의 언어가 달라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사실 제주도 방언만해도 강한 바다 바람소리 때문에 언어의 '어미'가 사라지는 형태가 되었다고 한다. 제주도 방언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어와는 유사한 점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 창세기에 보면 바벨탑 이야기가 나온다. 

이 책에 의하면 사람들은 한 광야에다 아주 높은 탑을 쌓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당시의 건축기술이 뛰어났는지 높은 고층탑을 쌓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바벨탑의 이야기를 인용한다면 맨 처음 인류의 언어는 같았다고 볼 수 있다. 

언어가 같으면 서로 일하기가 좋은 법이지만 언어가 같으면 범죄를 꾸미기도 쉬운 법, 인류는 서로 하늘까지 닿는 높은 탑을 쌓아 스스로 이름을 높이고 하나님처럼 되자고 모의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나님이 그들의 행위를 괴씸하게 어기고 그들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 언어가 서로 통하지 않게 만들었는데, 대화가 갑자기 통하지 않게 된 사람들은 결국 서로 싸우다 흩어지고 바벨탑 공사가 중단되었다고 한다.

'바벨'이라는 말은 "언어가 혼란스러워졌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금도 이라크지역에 가보면 고대유적인 '지구라트'유적들을 찾아 볼 수 있는데 혹자는 이 유적이 '바벨탑' 유적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처럼 언어는 인간이 의사소통을 위해서 대단히 중요한 도구이다.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이 언어가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으로 언어를 연구하고 만들어낸 사람이 있었다.

1887년에 폴란드의 안과의사 ‘라자로 루드비코 자멘호프’(Lazaro Ludoviko Zamenhof, 1859~1917) 박사는 각 나라의 언어를 비교하고 연구한 끝에 배우기도 쉽고 사용하기도 쉬운 인공어를 창안했다. 

이 언어가 '에스페란토 어'이다.

배우기 쉽고, 세계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기 쉽게 만들어 소통이 자유롭게 하려는 꿈이 새로운 언어를 만든 것이다. 현재 에스페란토어는 유엔에서 국제 통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언어도 약점이 있다.  역시 배워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언어의 가장 큰 기능은 의사소통에 있다. 때문에 아무리 외국어를 배웠어도 그 나라 사람과 의사소통이 되지않는다면 언어로서 가치가 없다.

외국에 나가 다른 언어권의 사람들을 만났을 때 잘 모르는 언어로 더듬대는 것보다, 차라리 몸짓과 미소로 대화가 더 잘 통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의사소통의 도구로는 '손 짓' '발 짓'과 같은 비언어적 의사도구가 있다. 사실 의사소통에서 언어의 비중은 70%, 비언어적 의사소통은 30%가 된다고 한다.

따라서 상대방의 언어는 몰라도 미소만으로도 마음이 통하는 경우가 많다.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도구는 음식도 해당된다. 그중에서도 커피는 가장 유용한 도구가 될 수있다. 예를들어 히말라야의 베이스 캠프에서도, 아프리카 오지의 마을에서도 따뜻한 커피 한잔이 백마디 말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커피가 어떻게 의사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을까?

세계 원자재 물동량이 원유 다음으로 많은 것이 커피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음료이기에 소통의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만약에 차가 세계인이 가장 많이 마시는 음료였다면 차가 커피를 대신해서 소통의 대표적인 도구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판단하기에 차는 아직 세계화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커피가 소통의 도구인 가장 큰 이유는 향기에 있다. 차는 은은한 향기를 뿜어낸다. 그래서 조용한 곳에서 고요하게 마셔야 제 맛이다. 따르는 사람이나 마시는 사람 주변으로 향기가 감도는 것이 참 좋다. 하지만 그뿐, 공기를 진동시키는 강렬한 향기는 매우 부족하다. 

하지만 커피의 향은 매우 강력하다. 커피를 볶거나 커피를 추출 할 때면 커피의 그윽한 향기가 온 집안을 꽉 차게 채워준다. 비단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그 향기에 취해 같은 공간에 있는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커피가 소통의 도구인 또 다른 이유는 네트워크에 있다. 차는 고요하고 내밀한 기쁨을 준다. 따라서 일대일로 조용히 전파된다. 하지만 커피는 대단히 공개적이고 공격적으로 전파된다. 

커피를 가지고 나가지 못하게 막으면 훔쳐서라도 가지고 나가 커피향을 전파했다. 인도의 순례자 '바바부단'이 인도의 마이소르 지역에 커피 씨앗을 옮겨 심을 때 그랬다. 

이 점에서 바바부단은 우리나라에 목화씨를 전파한 문익점과 같은 산업스파이였던 셈인데 그만큼 역사 속에서 커피의 힘이 강력하게 느껴진다.

세계인들은 이미 구축된 커피 네트워크를 통해 커피를 즐긴다. 스타벅스와 같은 다국적기업은 세계 어느 나라 안 들어간 곳이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그리고 그 지역의 소비자들과 소통한다. 수많은 커피농장과 노동자들, 커피머신 회사와 로스팅 머신 회사들도 이미 커피를 이용해서 세계 여러 나라의 소비자들과 밀접하게 소통하고 있는 중에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1,2,3차 산업혁명에서 커피산업이 점점 더 크게 성장했던 것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커피는 여전히 소통의 도구로 더 크게 성장하게 될 것이다.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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