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11시 국회본관.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앞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이들은 추미애 대표가 주최하고,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과 보건복지제도개선 특별위원회(이하 특별위원회)가 공동주관한 ‘정책공조 협약식’에 참석하기 위해 각지에서 온 터였다.
이날 추미애 대표와 양승조 위원장을 비롯해 ▶정태익 전 청와대외교안보수석 ▶박호영 대한당뇨연합 회장 ▶김광훈 민주당 보건복지제도개선 특별위원장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이 나머지 70명은 보건·의료·복지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크고 작은 단체의 대표자들이 포함됐다.
행사의 취지는 이렇다. 여당과 단체의 ‘정책공조’를 하겠다는 이야기다. 이날 배포된 자료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다. “특별위원회는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유관기관 및 전문가와 함께 우리사회의 보건복지 정책방향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국회 토론회와 입법추진 등 지속적인 활동을 추진하겠습니다.”
참석 기관 명단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곳도 포함돼 있었다. 이를테면 ‘코리안투데이인터넷신문’이나 ‘한국글로벌강사협회’, ‘한국줄넘기협회’ 등과 같은 곳이 그러했다. 특별위원회 위원 명단은 더욱 흥미롭다. 공동 부위원장에는 명동르와지르호텔더파인 대표 ㅇ씨가, 일반위원에는 도레미광고사 대표 ㄱ씨, 원디엔터테인먼트 대표 ㅇ씨, 대전시 럭비협회 전무이사 ㅈ씨 등이 포함됐다.
‘당원이 아니어도 위촉되는 명예직 자문위원단’ 명단도 재미나다. 조용필팬클럽 운영진부터 개그맨, 스피치컨설턴트 원장, 일요일디자인 대표, 대전시티즌 팬클럽 운영부위원장 등이 눈에 띈다. 짜장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이란 문구가 포함된 이유다.
사실 명단에 누가 포함되어 있든 중요치 않다. 요는 보건복지 정책공조를 이들과 함께 할 생각이 있느냐다. 국회에 방문해 TV로만 보던 여당 대표와 함께 사진을 찍는 건 정치인과 시민, 모두를 위한 정치적 이벤트다. 그 자체로 나쁠 건 없다. 현장의 취재진들 중에 여당이 보건의료복지 정책을 짤 때 이들과 공조하리라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명단에 중·고등학생이라도 포함돼 있었다면 차라리 좋았을 것이다. 정치의 팔할은 이벤트라고 ‘퉁’ 치려다가도 럭비협회 부분에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지경이다.
내년 상반기께 특별위원회의 활동을, 정책공조 부분을, 어젠다 공유 정도를 다시 확인해보겠다. 그때 나름의 괄목할 만한 활동이 있었다면 위원회나 앞서 기재한 분들에게 사과를 ‘제대로’ 하겠다. 진심으로 사과할 일이 있길 바라마지 않는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