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은빈의 재발견이었다. 박은빈은 JTBC ‘청춘시대’, ‘청춘시대2’에서 거짓말과 음담패설을 밥 먹듯이 하는 명문대생 송지원 역할을 맡았다. 그녀는 이제야 제 역할을 만난 것처럼 드라마 내내 대단한 존재감을 뽐냈다. 그녀가 아니면 어떤 송지원이 탄생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속 시원하게 내지르는 송지원 캐릭터에 시청자들도 좋은 반응을 쏟아냈다.
송지원을 연기한 건 데뷔 12년차 박은빈에게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지난 13일 압구정로 한 카페에서 만난 박은빈은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털어놨다.
“‘청춘시대’에 출연하기 전인 2015년에 작품을 한 편도 안했어요. 1996년에 데뷔한 이후로 한 해도 빠짐없이 일하다가 학업을 위해 처음으로 한 해를 쉰 거죠. 어떤 작품을 할까 고민하면서 제 이미지가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분들이 저를 차분하고 단아한 이미지로 생각해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나도 재미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 삶도 활력이 필요한 순간이었어요. 이제는 밝은 역할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도 있었고요.”
제작진에게 송지원 역할을 제안 받은 박은빈은 의외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지금까지의 그녀와 완전히 다른 이미지의 송지원 역할에 대입한 것 자체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대본을 읽어보니 생각한 것보다 훨씬 높은 톤의 연기가 필요했지만,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지원은 실제 제 모습과 완전히 떨어져 있는 캐릭터예요. 처음에는 즐겁게 연기했지만 집에 와서는 우울했어요. 내가 이 역할을 하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밝은 역할을 연기하기 위해 에너지를 많이 끌어올려야 해서 평소에는 더 가만히 있었어요. 제 자신을 내려놓기 위한 성장통이 확실히 있었던 거죠. 그러다가 ‘내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데 있어서 주저하기보다는 환영하자’고 마음먹었어요. ‘청춘시대2’를 할 때는 금방 적응하고 빠르게 현장을 즐길 수 있었어요. ‘청춘시대’를 하면서 송지원 캐릭터에 대해 이해하고 설정을 잡았던 게 남아있었거든요.”
박은빈은 송지원 역할을 연기하며 실제 자신의 모습도 조금 변했다고 느꼈다. 부당한 일을 당해도 참고 넘어가기보다 곧바로 얘기할 수 있게 됐다. 그만큼 박은빈과 송지원의 거리는 처음 만났을 때보다 많이 가까워진 상태였다. 송지원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지금 생각하면 저는 인내가 습관이었던 사람인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정통 드라마를 많이 하면서 어른들과 호흡하는 게 익숙해서인지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 조용히 있는 게 더 편했어요. 기분이 안 좋아져도 참고 얘기를 안 하는 편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이상하다는 의심이 들면 ‘잠깐만요’라고 바로 얘기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아요. 송지원 캐릭터는 ‘박은빈이 저런 이미지도 있구나’, ‘저런 연기도 할 수 있구나’ 하는 걸 보여드릴 수 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에 애정이 커요. 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캐릭터이자 작품이었기 때문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박은빈은 목표를 이뤘다. 처음 계획한 것처럼 송지원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얻었고 삶에 활력도 생겼다. 다음 작품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지는 새로운 과제로 남았다.
“새로운 역할로 재미없던 제 삶에 활력을 주고 싶어 했던 목표를 일단 이룬 것 같아요. 이 에너지를 앞으로 어떻게 운용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과제로 부여받은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모습, 어떤 캐릭터로 다가가야 할지 고민이에요. 늘 많이 고민했지만, 이번엔 더 많이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