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무줄 된 계란값

[기자수첩] 고무줄 된 계란값

기사승인 2017-10-20 05:00:00

계란 값이 널뛰기다. '살충제 계란'으로 계란 소비가 급감하자 3000원대까지 내려간 계란 한 판(30구)값이 이제는 5000원대에 가깝게 올랐다. 이마트는 1900원 올린 5880원, 홈플러스는 4980원, 롯데마트는 4950원이다. 유통업체 측은 추석 이후 남은 재고를 소진했기에 이제 계란 가격을 정상으로 돌린다는 논리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계란값이 3000원대였던 데 비하면 가격이 많이 올랐다. 추석이 지난 12~18일에는 대형마트 3사가 계란 한 판을 3980원에 할인 판매했었다. 추석 뒤에도 생각보다 계란수요가 많지 않자 내린 조치였다.  

이번에 올린 가격을 계란 도매가와 비교해 보면, 소매가가 훨씬 올랐음을 알 수 있다. 양계업계에 따르면 계란 산지도매가는 지난 12일 개당 105원에서 119원으로 소폭만 상승했다. 즉 단순 계산하면 계란 한 판 도매가는 3150원에서 3570원으로 420원 오른 것 뿐인데 소비자가는 1000원, 최대 1900원 올랐다. 

아직 현재 산지 도매가 수준은 살충제 계란 파동 이전과 비교하면 아직 30% 낮아져 있다는 걸 감안하면 이번 인상폭이 큰 편이다. 과연 계란값은 어느 정도가 '정상가'란 말인가. 이번에 이마트가 여타 마트와 달리 계란값을 5000원대 후반으로 파격 인상한 것도 뒷말이 나온다. 진짜 정상가가 아니라 조류 인플루엔자(AI)로 계란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을 때 가격을 정상가라고 책정했다는 지적이다. 

유통업계는 낮은 계란 가격을 계속 유지하기에는 부담감이 크다고 호소한다. 물론 가격 인상에 대해 유통업계는 항변할 여지는 있다. 사실 밀가루 등 원재료 도매가가 낮아져도 제조 유통업체들은 가격을 내리지 않아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는 경우가 허다했었다. 이번에는 원가가 내린 만큼 가격에 반영했기 때문에 양심적이라는 얘기다.

유통업계가 계란 가격을 대폭 낮추게 됐던 건 계란이 가공식품이 아닌, 유통기한이 있는 '생물'이라는 점 때문이다. 기한 내에 팔지 않으면 썩어버리는 민감한 상품이기에 소진이 지상 목표였던 것. 이제 소비가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하자 유통업계는 이런 가격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이번에 유통업계가 가격을 올린 것은 소비자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유통업체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가격으로 입길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살충제 계란 사태를 빨리 끝내기 위한 무리수가 아닌가 한다. 원재료로 쓰이는 계란 값이 서민 물가에 주는 영향이 큰 만큼 가격 설정에 있어 좀 더 원칙이 필요하다고 보는 건 기자 뿐일까.  

계란 값은 또 요동칠 수도 있어 우려된다. 조류 인플루엔자(AI)가 가승을 부렸던 연초에는 계란값이 9000원까지 올랐다. 정부가 AI나 살충제 계란이 더 발생하지 않도록 양계농가 관리를 철저히 해야만 이 널뛰기를 막을 수 있다.

 정부의 철저한 위험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겠다. 그리고 농가를 보호하고 소비자의 편익을 생각하는 유통업체의 배려도 필요하겠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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