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6일 발생한 ‘6사단 총기 사망사건’의 후속 처리가 심상치 않다. 사건 이후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특별 수사를 명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수사는 엉터리로 이루어졌고, 사건의 책임을 일선 부대 초급 간부들에게 전가하여 본질을 호도하려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사고의 주원인은 황당한 사격장 구조에 있다. 사격장 표적지 뒤로 병력이 오가는 전술도로가 나있다는 점만으로도 이는 명백하다. 사격장에는 사로 좌, 우측과 표적지 후방에 각각 설치한 총 3개의 방호벽이 있다. 그런데 표적지 후방에 놓인 방호벽은 있으나 마나였다. 후방 방호벽은 콘크리트로 만든 좌, 우방과 달리 흙으로 만든 둑인데 사고가 발생한 전술도로는 방호벽으로부터 60m 뒤에 놓여있고 13m나 높은 곳에 있다. 방호벽이 전술도로를 지나는 사람을 전혀 보호할 수 없는 구조다. 때문에 총구를 표적에서 2.39°만 상향으로 들어도 사고 장소까지 직선으로 날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 사로에서 바라본 사격장만 봐도 사고 장소와 표적지가 한꺼번에 시야에 들어와 방호벽의 존재가 무의미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사고 당시에는 방호벽 상단과 피격 장소 사이에 수풀까지 우거져 있어 오가는 사람을 식별할 수 없었다.
통상 사격장 안전 평가는 반기에 1회 이상 하도록 되어있다. 사고가 벌어진 사격장은 2000년에 세웠기 때문에 지금까지 적어도 30회 이상의 안전 평가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사격장 구조의 위험성을 시정하지 않았다. 육군규정에 따라 일일 및 주간현행작전평가 회의 시 지휘관은 훈련내용에 관한 안전성 평가를 진행해야 함에도 사단장, 참모장, 교훈참모는 사건이 발생한 훈련에 대해 이조차 실시하지 않았다. ([육군규정 330] 제84조(교육훈련 안전성평가 시행) 일일 및 주간현행작전평가 회의 시 훈련내용에 관한 안정성 평가를 해야 한다.) 방호벽 상단에 설치된 표적안내판에는 피탄 흔적이 많았는데 이 점만 봐도 총구가 위로 들리면 유탄이 전술도로에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미리 알 수 있었던 사실이다.
게다가 사격장 관리 책임자인 77포병대대장은 사고가 벌어진 뒤에야 전술도로에 철조망, 출입금지 안내 표지판, 사격 중 안내 표지판, 우회도로 안내 표지판과 경계병 초소를 설치하는 등 해당 장소에는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기본적인 안전조치 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이 중 사격 중 표지판과 우회 표지판만 있었어도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고 장소 앞에는 사계청소도 되어있지 않아 수풀이 우거져 있었는데 사건 발생 이후 황급히 사계청소를 진행하였다. 청소만 되어 있었어도 사로에서 피격 장소에 이동 인원이 있음을 식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건은 이미 예고된 인재(人災)였다. 따라서 가장 큰 책임은 오랜 기간 엉터리 사격장을 운영하면서도 문제점을 방치해둔 관리 책임자들에게 있다.
그런데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 9일, 조사 결과를 브리핑하며 당시 사망자 일행을 인솔한 소대장, 부소대장과 사격 통제관이었던 정보통신대대 소속 중대장을 사건의 주된 책임자로 보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고 하였다. 이에 12일, 5군단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 끝에 인솔 소대장은 구속되었으나 부소대장과 사격 통제관에 대한 영장은 기각되었다. 그러나 군검찰은 18일, 사격통제관이었던 중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반드시 구속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인데 이는 이해할 수 없는 무리한 처사다. 중대장은 현역 군인으로 일정한 주거지에 가족들과 거주하고 있는 자들로 도주의 우려도 없고, 과실범이기 때문에 사건과 관련된 증거 자료를 가지고 있지도 않아 증거 인멸의 우려도 없다.
애초에 구속영장이 신청된 3인에게 과실이 있다 하여도, 사고 발생의 우려가 매우 큰 엉터리 사격장에서 사격을 통제한 사람과, 그 곳을 지나는 제대를 인솔한 사람을 주범으로 몰아 무리하게 구속시키려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처사다. 이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이번 사건을 마치 개인의 과실로 인한 사고인 마냥 둔갑시키려는 것이다.
군이 조직적으로 이들에게 죄를 씌우려는 정황 역시 포착되고 있다. 현재 영장재청구에 따른 심사는 3군사령부 소속의 군판사가 맡게 되는데, 이는 기존 5군단 군판사가 영장을 기각시켰기 때문으로 보인다. 군은 체계 상 법무관이 군판사, 검찰관, 법무참모 등을 순환보직으로 맡기 때문에 사실 상 각군 본부 법무실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육본 법무실이 마음먹고 구속을 강행하고자 한다면 새로 사건을 맡은 3군사령부 군판사가 압박을 견뎌낼 도리가 없다. 무리한 영장재청구와 발부를 위한 꼼수가 육군 검찰과 육군 군사법원을 아울러 지휘하는 육군참모총장의 의중인지, 아니면 군 사법체계의 일탈인지 밝혀져야 할 것이다.
수사도 엉터리로 진행되었다. 국방부 조사본부 소속의 수사관들이 현장에 갔다고는 하나, 실제 주된 수사는 6사단 헌병(헌병대장 중령 김경래)이 모두 진행했다. 심지어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특별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수사단장 이태명 대령은 현장에 내려가 회관에서 술판을 벌였다고 한다. 수사를 6사단 헌병이 도맡아 진행했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다. 6사단에서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사단장 이하 모든 관리 책임자를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하는데, 6사단 헌병은 사단장의 지휘를 받는 처지로 그러한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초 국방부장관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특별수사를 지시한 것은 사건 책임자로부터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사 인력이 공정한 수사를 진행하게 하고자 하는 뜻이었다. 당연히 6사단 헌병은 수사 인력에서 배제되어야 옳다. 그러나 국방부 조사본부는 수사의 주된 업무를 모두 6사단 헌병에게 맡겼다. 조사본부가 한 것은 수사방향 지휘, 장관 보고서 작성, 언론 브리핑 자료 작성 뿐이었다. 6사단 헌병이 제 식구를 수사했으니 사단장 이하 고위 간부들의 관리 책임을 제대로 묻는 일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대통령과 장관이 특별 수사를 지시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국방부 조사본부가 엉터리로 수사를 진행한 까닭에 수사 결과의 공정성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주된 처벌 대상이 되어야 할 사람은 사격장 관리를 직접적으로 책임지는 77포병대대장 중령 윤문현, 77포병대대 사격장관리관 상사 우준호, 6사단 교육훈련참모 중령 배병욱, 교육훈련처 훈련장관리관 상사 김우연이다. 증거인멸에 대한 우려로 미루어 볼 때 구속영장은 앞선 3인이 아니라 이들에게 발부되는 것이 맞다. 그런데 관리 책임을 이 사건의 주된 책임으로 상정 할 경우 사단장(소장 이진형, 육사44기)의 지휘통솔 책임은 더욱 커지게 된다. 때문에 현 상황에서 수사를 6사단 헌병이 진행하고, 무리한 방법까지 동원해 주된 책임을 현장 간부들에게 뒤집어씌우려는 것은 사단장의 책임을 줄여보려는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죽음의 사격장을 운영해오며 일말의 경각심도 느끼지 않은 자들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다면 이런 문제는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개인의 과실에 책임을 지우는 일에 과히 집착하며 정작 사건의 주된 원인은 은폐하려드는 국방부 조사본부의 행태는 군이 그간 보여준 핵심적인 적폐다. 따라서 이태명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장은 부실 수사, 사건 은폐의 책임을 물어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야 한다. 군은 지금이라도 일선 초급 간부들에 대한 무리한 구속 시도를 중단하고 재수사에 착수하여 상기에 열거한 관리 책임자들을 형사 입건하고 구속시켜야 한다. 이진형 사단장 역시 부대 지휘의 총 책임자로 중징계 처분이 불가피하다. 사격장 건립 당시 엉터리 사격장에 승인을 내준 당시의 사단장 이하 역대 사단장에게도 관리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군인권센터는 현재 사건 발생 사격장과 전술도로에 대한 시공 관련 문건과 사격장 안전평가 및 보수 내용에 관한 문건을 정보공개청구 하였다. 반성 없는 결과는 또 다른 재앙을 부를 뿐이다. 안타까운 사고가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그 원인을 뿌리까지 밝혀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젊음의 꽃도 피워보지 못한 채 억울하게 유명을 달리하신 故 이 일병의 명복을 빕니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