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침묵’(감독 정지우)속에서 희정(박신혜)은 끊임없이 사건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다. 뭐가 옳고 뭐가 틀린지, 진실은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가운데 수많은 사람들이 얽혀 다 다른 결의 감정을 드러낸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마주앉은 박신혜는 “시나리오를 봐서 결론을 알고 연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찍으며 내내 ‘뭐가 정답일까’를 고민했다”며 “보는 사람마다 뭐가 정답인지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것이 ‘침묵’의 재미였다”고 시나리오 선택 이유를 밝혔다.
‘침묵’은 대기업 회장인 임태산(최민식)의 딸 미라(이수경)가 임태산의 약혼자 유나(이하늬)를 죽였다는 혐의를 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희정은 미라의 변호를 맡으며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보이는 임태산의 매정함과 아버지로서의 애정, 그리고 캐릭터들간의 이해관계와 감정들 속에서 희정은 치열하게 고민한다. 관객 또한 영화를 보며 자연스럽게 스크린 속에서 불거지는 사건들에 자신만의 윤리 잣대를 들이대게 된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완전하게 잘못된 이는 없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영화는 두 시간이 지나면 끝이지만, 실제 상황이라면 거기서 끝이 아니겠죠.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이 하는 행동의 의미와 그 진심을 알게 됐을 때 관객이 느끼는 마음, 그리고 그 사람이 뭘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는가에 대한 메시지가 ‘침묵’의 주제거든요. 자신만의 윤리적인 기준으로 영화 속 사건을 판단하며 가장 영화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베테랑 배우인 최민식과 첫 작품이니만큼 긴장도 상당했다. 박신혜 스스로도 자신이 최민식과 한 작품 속에 같이 나오는 장면을 상상해본 적이 없다고. “작품 속에서만 뵙다가 막상 연기를 함께 한다 생각하니 걱정이 많이 됐는데, 결론적으로는 많이 배웠어요. 최민식 선배님의 열정을 반만 따라가도 저는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요? 연기에 임하는 자세에 관해서도 많이 이야기해 주시고, 농담도 많이 하셨어요.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들을 모아놓고 이야기하시는 모습은 마치 산타클로스 같으셨어요. 이야기 보따리 선물을 풀어놓는 모습이랄까요.”
물론 박신혜 본인도 벌써 데뷔 15년차를 맞은 베테랑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개인적인 가치관이나 자세가 확고하다. ‘건강’이 박신혜의 가장 큰 가치다. 단순히 몸이 건강한 것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 그리고 건강하게 일을 하고 싶은 마음까지. “한동안 일하는 것이나 인간관계가 너무 힘들었던 적이 있었어요. 내가 뭘 위해 이렇게 일하고 있을까 하는 고민이 계속됐죠. 다 무의미해 보였어요. 그런데 지나서 생각해 보니, 제가 이 일을 하며 힘든 날보다 행복한 날이 더 많더라고요. 힘든 일이 있어도 결국은 그 부침 덕분에 행복함이 다시 찾아오고요. 제 일을 제가 함으로서 누군가에게 잠깐의 위로가 되는 것이 건강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게도 위로가 되고요.”
“‘침묵’은 블록버스터 영화들처럼 스펙터클한 사건이 터지거나,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영화는 아니에요. 그렇지만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의 마음에 어떤 감정을 남길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가 앞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이나 연기도 같아요. 거창하기보다는 소소한 감동이나 웃음,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하고 싶어요.”
‘침묵’은 다음달 2일 개봉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