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병원선’에서 간호사 유아림 역을 소화한 가수 겸 배우 권민아의 기사에는 “아이돌인 줄 몰랐다”는 댓글이 많았다. 두 가지 관점으로 볼 수 있다. 권민아가 그룹 AOA에서 다른 멤버들에 비해 그만큼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관점과 다른 아이돌과 달리 자연스럽게 연기를 소화했다는 관점이다. 아이돌 멤버로서, 배우로서 권민아의 존재감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반응이다.
사실 그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은 건 ‘병원선’이 간호사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논란이었다. 드라마 초반부터 극 중 유아림이 입은 몸에 붙는 상의와 짧은 스커트 복장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간호사들이 커피를 마시며 환자 개인정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위급상황에서 환자를 회피하는 모습이 그려져 실제 간호사들의 분노를 자아내기도 했다.
지난 16일 서울 명동길 FNC WOW에서 만난 권민아는 논란이 일어난 당시의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받았고 사람들의 생각만큼 속상하진 않았다는 얘기였다.
“치마 복장에 대한 논란을 예상하긴 했어요. 하지만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죠. 당시 주변에서 제 걱정을 많이 해주셨는데 괜찮다고 했어요. 제가 ‘치마를 입고 싶어요’라고 얘기해서 입은 건 아니었거든요. 크게 주눅 들거나 자괴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죠. 다행히 7회부터는 의견을 반영해서 논란이 잦아들었어요. 사랑스럽고 엉뚱한 아림이의 캐릭터를 살리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고 생각해요. 드라마를 현실적으로만 그리면 그런 점이 잘 표현되지 않거든요. 정말 현실적으로 하려면 전 계속 얌전히 대기하다가 요청이 들어오면 도구를 전해주는 정도 밖에 할 수 없어요.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이해해주셨으면 해요.”
논란으로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거꾸로 간호사들의 현실이 주목받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간호사들이 편한 복장을 입는 이유부터 의사들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함께 논의해서 치료하는 주체적인 역할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최근 초임 간호사의 임금 문제부터 성심병원의 장기자랑 논란까지 간호사들의 처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독 기사의 댓글을 꼼꼼히 읽는다는 권민아는 현업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들이 직접 댓글을 다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자신도 4개월 동안 간호사로 살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는 얘기도 꺼냈다.
“논란도 있었고 의학드라마다 보니까 진짜 간호사 분들이 댓글을 많이 달아주셨어요. 댓글을 읽으면서 간호사 분들이 힘들게 열심히 살고 있구나 하고 느꼈어요. 실제 간호사 분들만큼은 아니겠지만, 드라마를 촬영하는 동안 간호사처럼 살려고 노력하다 보니 ‘보이지 않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겉으로 드러나는 일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는 일들이 더 많더라고요. 또 꾸준히 노력해야 되는 직업이라는 것도 느꼈어요. 간호사 분들이 대단한 일을 하고 계시다는 걸 4개월 동안 몸소 체험한 거죠.”
권민아는 단순히 자신의 활동 영역을 넓히기 위해 연기에 발을 들인 것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가수 겸 배우 이정현을 보며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단다. 지금은 가수와 배우 모두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연기와 노래는 다른 매력이 있어요. 음악방송 무대는 정말 신나고 재밌어요. 멤버들과 함께 해서 그런지 친구들이랑 일하는 기분도 들고 편안하죠. 무대 앞에 저희를 응원해주는 팬들도 계시고요. 연기를 할 때는 어른이 된 기분이에요. 제가 몰랐던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믿게 되는 그 순간이 너무 재밌어요. 많은 것들을 짧은 시간에 진짜로 경험한 기분이 들거든요. 가수로 먼저 데뷔하게 됐지만, 연기의 꿈도 버리지 않고 항상 준비하고 있었어요. 앞으로도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전 AOA 활동과 드라마 활동이 겹쳐도 둘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둘 다 잘 하고 싶으니까 그만큼 노력해야죠.”
권민아는 ‘병원선’이 “가장 힘들고 가장 기억에 남는 드라마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의학드라마 첫 경험이기도 하고 공부해야 될 것도 많았다. 덕분에 배우로서 한 계단 올라간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아이돌 그룹 출신 배우로서 앞으로 올라가야 할 수많은 계단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아이돌 멤버가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시는 시선이 많잖아요. 하지만 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제가 연기를 잘하면 더 좋을 수 있다고 믿어요. ‘아이돌인데 잘하네’라는 말이 나쁘지 않거든요. 잘 못하면 더 성장할 계기가 될 수 있고요. 지금까지 제가 밝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만 많이 보셔서 ‘어두운 캐릭터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시선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기회가 되면 슬픈 이미지의 캐릭터, 감정 연기가 많은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앞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