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전국은행연합회 이사회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차기 은행연합회장 단독 후보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7일 후보가 결정되면 이달말 예정된 총회에서 선출된다. 은행연합회장은 연봉 7억원(기본급 4억9000만원+기본급의 최대 50% 성과급)이 넘고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 추천권까지 갖는 막강한 자리다. 또한 경제·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은행을 대표해, 정부와 가교 역할을 하는 자리다. 이에 따라 그동안 민간 출신보다 관료 출신을 선호해 왔다.
차기 회장 후보로는 홍재형 전 부총리와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모두 장단점이 있다. 우선 신상훈 사장은 신한은행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정통 은행맨이다. 지난 2011년 지배구조 문제점을 노출한 신한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장직에서 물러난 후 지난해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복귀했다. 최근까지 은행권에 몸담았기에 현장의 목소리를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인물 중 한 명이다.
또한 그는 신한사태와 관련해서는 올해 3월 대법원 판결에서 일부 횡령 혐의만 제외하고 무죄가 확정되면서 법적인 문제도 해결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몸담았던 곳이 크고 작은 잡음에 시달리는 징크스가 따라다닌다.
지난 2011년 신한사태 때는 지배구조를 둘러싼 내부 권력다툼을 드러내면서, 자신이 30년간 몸담았던 신한은행의 소비자 신뢰를 송두리째 날려버렸다. 한번 무너진 신뢰가 회복하는 데는 수년이 걸렸다. 지금도 신한금융그룹 및 은행에 있어서 ‘신한사태’는 금기어에 해당한다. 또한 지난 10월 터진 금융권 채용비리도 그가 사외이사로 몸담고 있는 우리은행에서 시작됐다.
홍재형 부총리는 수출입은행장, 외환은행장을 거친 후 1995년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을 끝으로 금융권을 떠나 정치권에 몸담았다. 16대, 17대,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3선 의원으로 현재로선 금융맨이라기 보다는 정치인에 가깝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현장감은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최근 정당법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은 것이 도덕적으로 약점이다. 물론 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힐 수 있다. 다만 정치인이었던 만큼 정부와 연결 고리 역할에는 적임자로 꼽히고 있다.
홍재형 전 부총리에게 따라다닌 나이 문제도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게 됐다. 후보 가운데 최대 라이벌인 신상훈 전 사장도 70세로 적은 나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는 은행권을 대표하는 사업자 단체로, 은행들의 공동 이익을 증진을 도모하는 이익 단체의 성격을 띈다. 설립 목적은 금융기관 상호간의 업무협조와 금융문제의 조사연구 및 은행업무의 개선을 통해 금융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금융인의 자질향상, 복리후생의 증진을 기해서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데 있다. 따라서 은행연합회장은 은행의 이익을 대표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나설 수 있는 인물이 선출돼야 한다.
이제 주사위는 하영구 현 은행연합회장과 주요 은행장으로 구성된 10명의 이사진에 넘겨졌다. 정부 낙하산이라고, 나이가 많다고, 현장 경험이 적다고, 도덕적 문제 등등 꼬투리를 잡으려면 한도 끝도 없다. 이를 떠나 누가 은행권 이익 증진에 적합한 인물인지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은행연합회장에 누가 돼도 상관없다. 법 위반에 따라 벌금형이 확정되더라도 회장직에 오르는 것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누가 되던 정권 눈치만 보는 관치금융의 꼬리표를 끊고 진정으로 은행권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분이 왔으면 한다”라는 은행연합회 노조 관계자의 말처럼, 은행연합회 이사회의 신중한 결단을 기대한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