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서현 “아무 일 없이 쉰 건 10년 만에 처음… 나를 찾아가는 시간”

[쿠키인터뷰] 서현 “아무 일 없이 쉰 건 10년 만에 처음… 나를 찾아가는 시간”

기사승인 2017-11-28 16:53:44


올해 10주년을 맞은 그룹 소녀시대는 최근 계약 종료 시점과 맞물려 이탈자가 발생했다. 여덟명의 멤버 중 티파니, 수영, 서현이 재계약을 포기해 5인조가 된 것이다. 티파니는 고향인 미국 LA로 연기 공부하러 갔고, 수영은 배우 다니엘 헤니 등이 소속된 에코글로벌그룹과 전속계약을 맺었다. 이와 달리 서현은 아직 소속사를 정하지도 않았고 뚜렷한 입장 표명도 없는 상황이었다.

MBC 주말드라마 ‘도둑놈 도둑님’의 종영 인터뷰로 최근 서울 논현로 한 카페에서 만난 서현은 홀로서기를 결심한 이유를 속 시원히 털어놨다. 이번 인터뷰를 자처한 이유도 팬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주기 위해서란다. 서현은 “10년 동안 활동하는 매 순간이 행복했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체계적인 좋은 회사고 팀의 막내로서 10년 동안 사랑받았잖아요. 그러면서 ‘내가 이런 좋은 환경에 안주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쉬지 않고 달리면서 눈앞에 일들만 바라보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느낌도 들었고요. 당시에는 그게 맞다고 생각해서 최선을 다해 살았는데, 어느 순간 제 자신을 돌아볼 시간과 심적 여유가 없더라고요. 이것도, 저것도 하고 싶은 마음으로 양손에 너무 많은 걸 쥐려고 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까 하는 고민도 되고 3년 뒤면 서른이 된다는 생각에 도전하고 싶어진 거죠. 다 내려놓고 ‘한 번 내 힘으로 해보자’ 했어요. 저도 이 결정을 하기까지 어려웠어요. 처음엔 부모님과도 생각이 달랐고, 내려놓아야 한다는 불안한 마음도 있었고요.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결국 제 생각이 가장 컸어요. 제 자신을 돌아보고 찾아가는 시간인 것 같아요.”


서현은 지난 8월 소녀시대 멤버들과 함께 출연한 JTBC ‘아는형님’에서 아이돌 음악에 신나게 춤추는 모습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항상 모범생 이미지였던 서현의 새로운 모습을 봤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 얘기에 서현은 “아무 생각 없이 나갔다”고 웃으며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저는 그런 반응들이 더 신기했어요. ‘이렇게 신기해하시는 구나’, ‘내 진짜 모습을 모르시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죠. 원래 저는 정말 흥이 많거든요. 대기실에서도 멤버들과 그렇게 놀고요. ‘도둑놈 도둑님’을 하면서도 다른 배우들에게 ‘조증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들을 정도였어요. 전 그렇게 하는 게 제 자신에게도 힘이 나게 하는 방법 같아요. 힘들어도 ‘그냥 해버려’ 하면서 오히려 더 밝게 하면 엔돌핀이 나오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저한테 있는 다양한 모습들을 그동안 보여드릴 기회가 적었던 것 같아요. 모범생 이미지가 굳어진 건 MBC ‘우리 결혼했어요’를 하면서였어요. 제 첫 고정 예능 프로그램이었는데, 그 이후로는 한 번도 없었죠. 그래서 많은 분들이 6년 전 제 모습을 기억해주시는 것 같아요. 큰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사람은 조금씩 변하잖아요.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룰이 어느 순간 조금씩 풀어졌어요. 예전에는 ‘이렇게만 살아야지’ 했는데, 이제는 ‘이건 맞는 것 같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식으로 저만의 기준을 만들게 됐죠.”

첫 주연작이었던 ‘도둑놈 도둑님’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50부작을 하다보면 익숙해질 것 같았지만 매번 어려움을 겪었단다. 대본에 너무 의지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배우로서는 첫발을 내딛는 거라서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 같아요. 시작하기 전부터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컸어요. 처음엔 50부작 드라마니까 25부 정도까지 하다보면 익숙해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닌 거예요. 매번 어려웠어요. 한 인물의 인생을 살아가는 거니까 늘 새로운 이야기였어요. 공부해야 할 감정과 분석해야 될 것들도 매번 새로웠고요. 이번 드라마를 찍으면서 긴 대사일수록 대본을 보면서 외우는 것보다. 말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외우는 게 더 잘 된다는 걸 느꼈어요. 대본을 계속 들고 있으면 의지하게 되더라고요. ‘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서현은 드라마 외에도 가요, 뮤지컬 분야에서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첫 솔로 앨범을 발표했고, 지난해 뮤지컬 ‘맘마미아’ 무대에도 올랐다. 서현은 “본업은 가수”라면서도 “당분안 연기에 집중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었기 때문이다. 서현은 정말 바빴던 올해 활동을 되돌아보며 당분간 휴식을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올해는 정말 스펙터클한 해였어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죠. 10년 만에 첫 솔로 앨범을 내고 첫 콘서트를 했어요. 50부작 드라마에 주인공으로 출연하기도 했고요. 소녀시대 10주년 활동하고 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도 했고요. 보람 있는 한 해였다고 생각해요. 남은 시간에는 더 여유를 갖고 마무리하고 싶어요. ‘도둑놈 도둑님’을 마치고 10년 만에 처음으로 아무 일도 없이 2주 정도 쉬었어요. 생각해보니까 10년 동안 일이 없는 상태로 지냈던 적이 없었더라고요. 욕심은 충분히 많이 냈으니까 당분간은 쉬엄쉬엄 하면서 제 자신에게 휴식을 주고 싶어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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