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부동산 시장은 혼돈기였다. 입주물량 급증, 탄핵 정국 등의 여파로 조정국면에 접어드나 싶더니 새 정부 출범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서울을 중심으로 재가열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정부는 6·19대책과 8·2대책, 10·24 가계부채대책 등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집값 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서울 강남권 등 주요 지역 상승세가 쉽게 누그러지지 않으면서 예측불허의 시장 흐름이 이어졌다.
부동산114는 올 한 해 부동산 시장의 굵직했던 주요 이슈를 정리했다.
◇연초 주택시장 '냉기류'
2016년 말 주택 청약자격을 대폭 강화한 11·3 부동산대책 발표 여파로 연초 주택시장은 침체 양상을 나타냈다. 청약통장 신규 가입자수가 급감했고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조기 완판 행진을 이어가던 강남 재건축 단지가 저조한 청약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기존 아파트 시장 역시 대출규제 강화와 입주물량 증가, 금리인상 우려 등의 악재로 거래량이 줄고 매매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 실제 2017년 1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만8000여건에 그쳐 2016년 월평균 거래량(약 5만7000건) 대비 30% 이상 줄었고 강남3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대선 이후 서울 아파트값 '이상 과열'
부동산 시장은 대선이 치뤄진 5월을 기점으로 아파트값이 뛰고 거래량이 늘면서 이상 과열 현상을 보였다. 특히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6·7월에 각각 1%가 넘는 급등세를 보였다. 사업 추진이 빠른 일부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촉발된 강세가 확산되면서 일반 아파트까지 연쇄적으로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탄핵정국 이후 대선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정치적 불안감과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매수심리가 살아난데다 초과이익환수제가 시행되면 재건축 시장이 위축돼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불안감이 작용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새 정부 첫 부동산 대책 발표, '약발 미미'
부동산 시장 과열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는 조정 대상지역에 대한 전매제한기간 확대와 대출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6·19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었다. 경기 광명시와 부산 기장군, 부산진구 등 3곳을 조정 대상지역으로 추가하고 서울 전역의 분양권 거래를 입주 전까지 금지했다. 조정 대상지역의 LTV·DTI 규제 비율을 10%포인트씩 강화하고 잔금대출에 대한 DTI 규제를 신규 적용하는 내용도 담겼다.
대책 발표 직후 부동산 시장은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이내 아파트값 상승세가 다시 커지면서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7월 하순 열린 기업인간담회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부동산 가격을 잡아주면 피자를 한 판씩 쏘겠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취임, 집값 급등 원인으로 '투기세력' 지목
6월 23일, 새 정부의 국토교통부 첫 수장으로 김현미 장관이 취임했다. 취임사를 통해 집값 급등은 투기 수요 때문이라고 밝히면서 이를 겨냥한 강력한 규제를 시사했다. 아울러 국토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할 정책과제로 서민 주거 안정을 꼽으면서 공적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청년·신혼부부 등 주거취약계층 맞춤형 지원강화, 계약갱신 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등의 도입 방침을 밝혔다.
취임 이후 다주택자를 투기수요로 규정하고 전방위 규제책을 내놓는 한편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공공부문부터 단계적으로 후분양제를 도입하겠다는 로드맵을 밝히면서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주한미군 용산에서 평택으로 공식 이전
7월에 주한 미8군 사령부가 서울 용산에서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로 공식 이전하면서 60여 년에 걸친 용산기지 시대가 막을 내렸다. 주한미군이 떠난 서울 용산기지는 대규모 공원으로 조성되고 용산공원 주변은 상업·업무시설 개발이 추진된다. 이보다 앞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유엔사 부지(4만4935㎡) 매각 입찰을 진행했고 1조552억원에 팔렸다.
한편 미 8군이 입주하는 평택기지는 총면적 1470만㎡로 여의도 면적의 약 5배, 단일 기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평택은 미군 기지 이전 호재로 주변 땅값이 들썩였다.
◇'8·2 부동산 대책' 발표…투기과열지구 부활
첫 번째 규제책을 내놓은 지 40여일만에 '8·2 부동산대책'이 발표됐다. 이에 따라 지난 2011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를 마지막으로 해제된 투기과열지구가 6년 만에 다시 부활했고 Δ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Δ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역 금융규제 강화 Δ청약 1순위 자격 요건 강화 및 가점제 비율 상향 등의 고강도 규제책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한 달 후에는 8·2 대책의 후속조치인 '9·5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성남 분당구와 대구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했고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았다.
◇땅값 상승률, 제주 밀려나고 세종시 '독주'
국토부에 따르면 2017년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지가(地價) 변동률은 세종시가 5.24%로 전국 17개 시·도 중 1위를 차지했다. 공공기관 추가 이전 기대감이 작용한데다 제6생활권 개발 진척에 따라 투자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뒤를 이어 부산이 4.84%를 기록했고,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지가상승률 1위를 고수했던 제주는 4.06%로 3위로 밀려났다.
◇주택담보대출 옥죈다…'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
10월 24일, 정부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놨다. 다주택자의 돈줄을 조이는 게 핵심이었다. 우선 2018년 1월부터 총부채상환비율인 DTI 제도를 개선한 '신 DTI'가 실시된다. 지금까지는 새롭게 받을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과 기존에 받았던 주택 대출에 대한 이자 상환액만을 따져 대출액을 정했지만 앞으로는 기존 대출의 원금까지 포함해 대출을 많이 받은 경우 대출한도가 줄게 된다. 2018년 하반기부터는 전체 빚 규모와 이를 갚을 능력까지 고려해 대출금을 정하는 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DSR)이 도입된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일몰, 사업추진 잰걸음
재건축 시장의 최대 화두는 단연 초과이익환수제였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2017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예된 상태로 추가연장 논의가 제기되기도 했으나 정부는 예정대로 2018년부터 시행한다고 못 박았다. 이를 피하려면 2017년 말까지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일제히 사업에 속도를 냈다. 대표적으로 5900가구에 이르는 강동구 둔촌주공과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등이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마쳤다.
한편 사업초기 재건축 단지들도 여러 이슈가 있었다.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의 경우 지난 9월 최고 50층 재건축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했고 강남구 대치동 은마 재건축 조합은 35층 정비계획안으로 가닥을 잡고 재건축 사업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주거복지 로드맵' 공개
11월 29일, 정부가 '사회통합형 주거사다리 구축을 위한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했다. 무주택 서민과 실수요자를 위한 공적 주택 100만호 공급 방침과 더불어 청년층부터 신혼부부, 고령층 등 세대별 수요에 맞춘 주거 지원책이 담겼다. 당초 도입이 유력시 됐던 다주택자 임대사업자 인센티브 방안과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등의 내용은 제외됐다.
이연진 기자 ly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