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질병…의지 탓해선 곤란” 40㎏ 감량한 의사의 고언

“비만은 질병…의지 탓해선 곤란” 40㎏ 감량한 의사의 고언

장형우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심장혈관 흉부외과 교수

기사승인 2026-02-02 06:00:07
장형우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심장혈관 흉부외과 교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제공

“건강을 위해서는 감량이 필요합니다.” 직장인들이 건강검진을 받을 때 의사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다. 잦은 회식과 운동 부족, 불규칙한 생활 습관에 노출된 환경 속에서 비만 환자에게 식단 조절과 운동은 쉽지 않은 과제로 느껴진다. 환자들은 식단을 적용하고 운동을 시작하지만, 관리에 조금만 빈틈이 생겨도 체중은 곧 과거로 되돌아간다. 여러 번 감량에 도전하고도 목표 체중에 도달하지 못하면 실패의 원인을 자신의 의지 부족으로 돌리기도 한다.

“비만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만성질환으로, 비만대사수술이나 약물을 활용한 치료가 필요하다.” 한때 체중 118㎏의 고도비만 환자였던 장형우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최근 자신의 비만 극복 경험을 담은 책 ‘비만록, 나는 마운자로를 맞는 의사다’를 출간하며 비만 치료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만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요소로는 비만을 바라보는 인식이 꼽힌다. 과거에는 비만을 식단 조절 실패나 운동 부족의 결과로 보며 개인의 관리 문제로 인식했다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비만은 신체 항상성에 의해 설정된 ‘몸무게 세트포인트’가 작동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몸무게 세트포인트란 100㎏인 사람이 다이어트를 해서 90㎏까지 감량해도 뇌에서 안정적인 기준 체중을 100㎏으로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장 교수는 “비만 환자들은 게으르거나 자기 관리에 실패한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온도조절장치가 고장 난 보일러를 가진 상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성에 의해 설정된 몸무게 세트포인트가 과도하게 높게 잡혀 있어, 아무리 운동과 식이 조절을 해도 몸이 과거로 돌아가려는 본능이 개인의 노력을 앞서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고도비만 환자였던 장 교수는 온도조절장치가 고장 난 보일러를 가진 것과 마찬가지인 상태의 환자에게 운동과 식이 조절만을 요구하는 방식으로는 비만을 치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력으로 잠시 체중 감량에 성공하더라도, 반복해서 과거 체중으로 돌아간다면 운동과 식이요법은 적절한 치료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장 교수는 “환자에게 수도승과 같은 삶을 요구하면서 좌절감만 주는 방식은 제대로 된 치료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비만 치료 선택지가 등장한 만큼 이제는 접근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전했다.

비만 치료의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는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최근 등장한 비만 치료제를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처럼 비만 역시 약물을 활용해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 교수는 “비만 환자들의 몸무게 세트포인트를 약물로 정상화해 장기적인 관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위고비나 마운자로 투약을 중단하면 과거 몸무게로 돌아간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건 당뇨병이나 고지혈증 환자가 약을 중단했을 때 상태가 악화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비만 수준에 따라 비만대사수술이나 약물 치료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운동과 식이요법의 효과를 기대하려면 치료를 통한 체중 감량이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장 교수는 “비만 환자였던 저는 위소매절제술을 받고 비만 치료제도 맞고 있다”며 “경험자로서 권하고 싶은 방향은 비만 정도에 맞는 치료 옵션을 선택해 먼저 체중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도비만 환자들은 움직임 자체가 힘들어 운동과 식이 조절 중심의 체중 관리가 어렵다”며 “저 역시 비만 치료 이후에야 운동을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비만 환자들이 기대 수명을 늘리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만을 의지의 문제로 보던 과거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장 교수는 “비만 환자들이 만성질환처럼 체중을 관리하려면 노년까지 큰 비용이 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렇다고 해서 고도비만인의 기대 수명이 평균 체중인 사람보다 짧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며 “알코올 중독이나 다른 질환과 달리 비만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므로 적극적으로 의사 상담을 받고 치료 방안을 찾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