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에 데뷔한 정우성은 21세기 현재, 여전히 스타다. 정우성은 올해 두 편의 영화에서 안정감 있는 연기와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였다. 영화 ‘더 킹’에서는 권력의 정점에 있는 부패 검사 한강식 역할을 소화했고 ‘강철비’에서는 북에서 내려온 최정예요원 엄철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덕분에 ‘더 킹’은 5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고 ‘강철비’ 또한 누적관객수 300만 명을 기록하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 화제성이 넘치는 스타이자 믿고 보는 배우인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우성은 어느 순간부터 스크린 밖 행보로도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 문제에 대한 소신을 주저없이 밝히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우성은 “연기 외의 것으로 화제가 집중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나는 20세기 배우다. 청춘의 아이콘이었다. 연기로 너무 오래 인정을 받아 이제는 다른 것도 주목받는 것 같다”라고 웃음을 보였다.
“사회적 문제가 쉽지는 않은 화제예요. 그래서 더 도드라진 색으로 보는 것 같아요. 제가 유명인이니까 인지도를 바탕으로 어떠한 의식을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계산 아래 움직이는 건 아니에요. 다만 한 시민으로서, 중년에 접어든 남자로서 어떤 기성세대가 돼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하죠. 우리 다음 세대에게 미안한 기성세대가 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지 저의 정치적 성향을 알리고자 함은 아니에요. 제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지지 발언을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할 뿐이죠.”
공교롭게도 올해 참여한 ‘더 킹’과 ‘강철비’ 두 작품 모두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정우성은 이와 같은 작품 선택에 관해 “삐딱해서 그렇다”라고 말하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부담스러웠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두 영화 모두 개봉하기 훨씬 전에 시나리오가 완성됐어요. 감독들은 사회적 기류를 읽고 자신이 느낀 부분을 영화화하려고 하잖아요. ‘더 킹’이나 ‘강철비’ 또한 그런 기류가 담긴 거죠. 어떠한 정치적 현상을 저격하겠다고 영화를 기획하는 감독은 없을 거예요.”
정우성은 인터뷰 내내 여유로운 태도로 자신의 신념을 이야기했다. 자신의 말이 특별하거나 대단한 것이 아닌 한 명의 시민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일 뿐이라는 자세였다. 사회적 발언에 대해 말하던 정우성은 소비자고발센터를 예로 들며 답변을 마무리 지었다. 상품에 문제가 있으면 소비자고발센터에 문의하듯 사회적·정치적인 사안도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특정한 프레임으로 규정지으니까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시민단체가 사회의 불합리를 지적하고 국민은 정치인에 대한 잘못을 이야기해서 바뀌어야 사회가 발전하지 않을까요. 소비자고발센터가 얼마나 중요해요. 모든 것은 그런 것으로부터 시작하잖아요.”
정우성의 사회적 관심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우성은 최근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자격으로 로힝야족 난민캠프에 두 차례 방문했다. 직접 캠프를 방문해 그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미 많은 방송에서 이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던 정우성은 인터뷰에서 다시 한번 로힝야족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정우성은 “난민 문제는 정치와 종교를 비롯해 아동 및 여성까지 모든 것이 집약된 문제”라며 “국제적인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20세기부터 지금까지 원 없이 사랑받아 아쉬울 것이 없다는 스타의 거침없고 단단한 목소리였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사진=NE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