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스크린에 진출한 연극, 뮤지컬 출신 배우들의 활약상이 눈부시다. 영화 ‘범죄도시’로 지난해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을 거머쥔 배우 진선규부터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박해수, KBS2 ‘김과장’, MBC ‘투깝스’의 김선호 등 연극, 뮤지컬에서 주로 활동하던 배우들이 영화, 드라마를 통해 주목받고 있는 것.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이규형, 박호산, 김성철, 김경남, 김한종 등 출연진 대부분을 잘 알려지지 않은 연극, 뮤지컬 배우들로 구성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보통 연극 무대에서 드라마, 영화의 매체로 넘어오면 다시 무대로 되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연극, 뮤지컬, 영화, 드라마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배우도 있다. 조승우와 조정석이 대표적이다. 조정석은 최근 MBC ‘투깝스’를 마무리하고 연극 ‘아마데우스’ 출연을 확정했다.
지난 22일 서울 논현로에서 만난 조정석은 종영 소감을 묻자 체력적으로 힘들었다는 얘기부터 꺼냈다. 1인 2역을 하면서 대부분의 분량이 그에게 몰려 몇 달 동안 하루 세 시간씩 밖에 못 잤기 때문이다.
“종영해서 시원해요. 1인 2역이라 너무 힘들었거든요. 힘든 걸 모르고 시작한 것도 아닌데도 깜짝 놀랄 만큼 힘들었어요. 촬영하면서 계속 ‘와, 보통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1인 2역 연기가 힘든 건 아니었어요. 촬영 분량 때문에 잘 시간이 부족해서 힘들었다. 한 달에 며칠 정도는 5시간씩 잤으면 그래도 조금 나았을 텐데 계속 3~4시간씩 자면서 찍었어요. 촬영 스케줄 표가 나오면 계속 저만 있으니까요. 갈수록 나이도 무시 못 하는 것 같아요.”
조정석은 연극 ‘아마데우스’를 차기작으로 일찌감치 확정했다. 2011년 이후 7년 만에 연극무대에 복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년 전 뮤지컬 ‘헤드윅’을 했던 걸 언급하며 연극과 뮤지컬을 구분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꺼냈다.
“‘아마데우스’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접촉하고 있었어요.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고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투깝스’를 끝내고 연극을 선택한 것 같지만, 사실 ‘투깝스’와 비슷한 시기에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제가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 것에 포커스를 맞춰주시는데 그렇지 않아요. 재작년에도 뮤지컬 ‘헤드윅’에 출연해서 무대에 올랐거든요. 전 연극과 뮤지컬을 나누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도 계속 무대와 스크린, 브라운관을 넘나들고 싶어요. 쓰임새가 많은 배우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최근 연극배우들이 영화, 드라마에서 연기로 주목받는 것을 언급하자 조정석은 활짝 웃었다. 대중에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좋은 배우들이 있다고 자랑했다. 최근 드라마에 조연으로 활약 중인 강기영, 오의식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완전 좋아요. 기분 정말 좋죠. 제가 과거에 영화 ‘건축학개론’과 MBC ‘더킹 투 하츠’ 인터뷰를 했을 때 진선규 형을 언급한 적도 있어요. ‘많은 분들에게 주목을 받아서 기분 좋지만 저 뿐만 아니라 무대에서 열심히 공연하고 있는 선배, 동료 배우들 중에도 엄청난 배우들이 많다’고 얘기했죠. 선규 형 이름을 잠깐 언급했지만 기사는 안 났어요. 인간적으로도 선규 형은 정말 멋있는 형이에요.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인간적으로 별로였으면 넘어갈 텐데, 저 뿐 아니라 선규 형을 아는 모든 사람들은 정말 좋아했을 거예요. 지금은 공연을 자주 못 보러 다녀서 다음에 누가 주목받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강기영, 오의식이에요. 1년 안에 주목받게 될 거 같아요.”
조정석은 앞으로 더 작품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겠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단순히 하고 싶은 캐릭터를 욕심내는 것보다 좋은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얘기였다.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고민은 더 깊어진다.
“점점 팬들의 연령층이 다양해지고 저를 알아봐주시는 분들도 많아지면서 작품 선택에 신경을 더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역할이 너무 좋아도 작품이 재미없으면 그 작품은 출연하기 힘들어요. 반대로 작품이 재밌는데 역할이 좀 맘에 안 들면 그건 출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과 대중들이 조정석에게 원하는 역할의 차이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계속 대중이 원하는 것만 하면 조정석이 소모되니까요. 그렇지 않게 되기 위해서 타이밍에 맞는 변신도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 시점에서 ‘아마데우스’를 하는 건 너무 잘한 선택 같아요. 앞으로도 더 영민하고 신중하게 잘 선택해야 될 것 같아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