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취임한 남주성 한국수력원자력 상임감사위원은 감사원에서 28년간 근무한 경험을 살려 현재 감사업무에 임하고 있다. 지난 1월 31일 경주에 위치한 한수원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내부감사가 기관 구성원들에게 귀찮고 껄끄러운 존재가 아닌 경영진과의 상호협력적 관계에서 기관의 경영목표를 달성하는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사기능을 수행하는 데 있어 경영진과 긴밀히 협력해 기관운영을 지원하는 협력자이자 견제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 17일 취임했으니 임기 절반을 보냈다. 그간의 소회는.
▷지난 1년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취임 전이긴 하지만 2016년 9월 경주에서 진도 5.8의 지진이 있었고, 지난해 11월에는 인근 포항에서 진도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 공론화가 진행되는 등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최고조로 높았던 시기였다. 이러한 여건으로 우리 기관은 2012년 원전부품 납품 비리 이후 또 한 번 큰 위기의 상황을 맞았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었다.
-상임감사위원으로서 위기 극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펼쳤나.
▷무엇보다 부패 척결과 함께 원전 안전 운영에 대한 미비점을 점검하고, 개선 및 예방책 마련에 노력을 기울였다. 부정·비리에 대해 엄중조치는 물론 발생원인을 찾는 ‘예방감사 시스템’의 정착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했다. 특히 원전 안전 운영에 대한 시스템 감사에 역량을 집중했다. 감사결과는 적극적으로 대내외에 공개함으로써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원전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했다.
-감사원 출신이라는 점이 감사직무 수행에 큰 도움이 됐을 것 같은데.
▷30년 가까이 감사원에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낀 바가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문제와 그를 해결할 수 있는 실타래(solution)의 끝 모두가 현장에 있다’는 것이다. 한수원 상임감사위원 부임 직후부터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사업소 현장을 다니면서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일을 꾸준히 실천에 옮겼다. 문제점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 이를 실행하도록 돕는 ‘코칭 리더’로서의 역할도 성실히 수행했다.
-공기업 감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기관의 경영목표를 달성하도록 지원하는 역할과 동시에 방만한 경영이 되지 않도록 견제하는 것, 그리고 엄정한 공직기강을 확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감사부서는 기관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나침반의 역할을 해야 한다. 만약 감사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때는 방향성을 잃고, 국민으로부터 신뢰까지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감사기능에 대해 보다 자세히 설명한다면.
▷감사부서는 ‘지원’과 ‘견제’라는 두 바퀴의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 바퀴를 효율적으로 돌려(rotate) ‘경영목표 달성’이라는 목적지에 안전하고 빠른 시간에 도착하게 만들어야 한다. 기관의 최고감사인으로서 소명을 달성하기 위해 유한한 감사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반드시 필요하다.
남 상임감사위원은 감사업무에 있어 가장 중요한 다섯 가지 원칙을 스스로 수립해 이를 실행하고 있다.
첫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뒷북감사’보다 ‘비 오기 전에 지붕을 수리하는 예방감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엄정한 감사를 통한 신상필벌도 중요하지만 사건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취약 부분을 찾아 제거하는 ‘사전예방감사’의 역할을 무엇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해 상임감사위원으로 취임하면서 감사부서 직원에게 강조한 점도 비위나 업무 비효율 등 위험요소를 사전에 발굴해 제도를 개선하자는 것이었다.
둘째, 국민의 요구(needs)에 호응하는 적시 감사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국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이 신속히 해소되도록 기관의 감사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는 “원전 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주된 관심사는 ‘원전의 안전 운영’”이라며 “이에 감사실도 원전 운영에 대한 상시 점검을 위해 다각적인 방법으로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셋째, 감사활동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실천하는 것이다. 감사업무는 내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행해야 하며, 처리과정에서도 ‘제식구 감싸기식’의 솜방망이 처벌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추상(秋霜) 같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그의 철칙이다. 다만 업무를 수행하다 빚어진 사소한 실수는 적극 면책함으로써 업무수행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실천하는 일환으로 감사결과를 제3자적 관점에서 검토하는 품질관리팀을 신설했고, 감사결과 처리 과정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제도를 마련했다. 또한 감사결과는 대내외에 모두 공개함으로써 회사 구성원은 물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
넷째, 감사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업무 특성상 고도의 전문지식과 경영 전반에 대한 노하우도 필요하기 때문에 감사인으로서 취약 분야에 대한 대안과 개선안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청렴하고 우수한 인재를 감사인으로 선발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내부직원 추천으로 비공개 선발을 진행했는데, 지난해부터는 공개모집으로 전환해 우수인력을 선발하고 있다. 감사인의 지속적인 역량 강화를 위해 신규 전입자에 대한 멘토링, 업무지식 및 실무경험 요구 분야의 전문가 초청교육, 감사교육원·한국감사협회 등 외부 전문기관 위탁교육, 감사인 학습동아리 결성, 자체 워크숍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실천하고 있다. 또한 내부 역량이 부족한 분야는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고 있다.
다섯째, 엄정한 근무기강을 확립하는 것이다. 남 상임감사위원은 한수원이 대표적인 공기업으로서 국민들과 다른 기관들의 모범이 돼야 한다는 일념으로 현재 정부에서 3대악으로 지정해 근절시키고자 하는 △금품·향응수수 △음주운전 △성희롱·성폭력과 관련해서는 무관용 원칙(One-strike out)을 적용하고 있다.
-평소 강조하는 공정성·투명성·청렴성 제고를 위한 방안은.
▷과거 원전 납품비리 등에 연루돼 많은 직원들이 처벌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어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 이러한 뼈저린 아픔 속에 깊은 자성을 거쳐 새로운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경주했다. 우선 전관예우에 의한 비리 연결고리를 제거하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이 적용되기 전부터 이미 퇴직자의 유관회사 재취업 금지제도를 운영 중이다. 그 밖에도 국민 수준에 걸맞은 투명한 원전 운영을 위해 반부패 시민감시단 및 옴부즈만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고위직을 대상으로 청렴도 평가를 실시해 솔선수범을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부정비리에 대한 내부고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신고자의 비밀이 보장되는 ‘레드휘슬’ 신고채널도 운영 중이다. 또한 비리정보 수집과 조사를 전담하는 기동감찰팀 운영, 상임감사위원과의 대화방 개설, 청렴레터 발송 등 청렴문화 확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난해 좋은 결실을 맺었는데.
▷국민권익위원회 주관 청렴도 평가 및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 1등급을 획득했다. 제5회 국민권익의날에 부패방지 부문 대통령 표창도 수상했다. 물론 여기에 만족해선 안 된다고 본다. 앞으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연말에는 반부패경영시스템 인증도 획득했는데.
▷반부패 경영을 보다 체계적으로 안착시키고자 국제표준인 ISO37001(반부패경영시스템) 인증을 받게 됐다. 이 인증을 준비하면서 우리 기관의 품질안전관리, 조달, 인사 등 주요업무에 대한 부패위험성을 평가하게 됐다. 이를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부패에 취약한 부분에 대해서는 업무절차와 규정을 개정해 청렴성을 높이도록 했다. 이러한 노력이 단순히 1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매년 부패위험성 진단을 의무화하는 지침을 제정했다.
-감사결과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이다. 감사부서의 처분요구를 구성원들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면 불신이 높아지고, 감사기능이 위축되는 등 장기적으로 부정적 결과를 낳게 된다. 그래서 감사공정성과 수용성 확보를 위해 그동안 종합감사 실시 이후 감사를 받은 직원을 대상으로 1년에 2회 시행하던 설문조사를 모든 종합감사 실시 후 반드시 시행하도록 했다. 매 종합감사마다 피감부서원에 대한 개별 인터뷰를 진행하여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올해는 종합감사 외 특정감사에도 사후 인터뷰를 확대 시행함으로써 그 결과를 감사운영에 반영할 예정이다.
-감사결과에 대한 심의위원회는 어떻게 구성했나.
▷그동안 감사결과 처분요구 결정을 위한 심의위원회는 감사실 내부 직원들로만 구성해 처분요구의 적정성을 검토해왔다. 올해부터는 외부 인사인 변호사, 노무사 등 전문가를 참여시켜 전문성과 투명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현재 관련 절차를 마련하고 위원 선임을 마친 상태다.
남 상임감사위원은 업무 비효율, 방만한 예산 운영 등의 문제점을 사전에 발굴해 조기에 개선하는 것이야말로 감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기관 주요현안 등 취약 분야에 대해 적시적인 일상감사를 실시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이고, 예산을 절감하며 비위행위를 근절하는 등 일상감사 기능을 활성화하고 있다.
또한 사업 시행 전 타당성, 효율성, 절차적 정당성 등에 대해 감사부서에서 검토해주는 ‘컨설팅감사’를 강화해 문제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그는 내부통제 기능을 체계화함으로써 선제적, 예방적 감사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다섯 가지 방안을 수립해 감사업무에 적용하고 있다.
첫째, 외부 전문기관과 합동으로 업무 전반에 대한 위험도 평가를 실시해 322개 위험요소를 도출했다. 이에 위험발생 빈도가 높은 조직과 업무에 대해 우선적으로 감사를 시행하고 있다.
둘째, 계약 분야 고유위험에 대해 전사자원관리 빅데이터 기반 위험징후 자동탐지 체계를 본격 가동했다. 계약 분야 이상 징후 지표 13개를 개발하고, 이를 전사자원관리 시스템의 빅데이터와 자동연계해 이상부서, 계약업무 진행상황의 위험징후를 자동탐지해 감사에 활용하고 있다.
셋째, 상시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해 취약 분야를 지속 감시하면서 사소한 비위 발생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했다.
넷째, 업무 전반에 대해 책임성을 강화하고 누수를 방지하기 위해 ‘3중 방어선(Three lines of defence)’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내부통제를 실무조직(1st line-담당부서, 2nd line-관리부서)과 감사조직(3rd line)으로 구분해 1, 2차적으로 실무조직이 자체점검을 실시한다. 이후 감사조직이 실무조직의 내부통제 모니터링 및 위험식별, 위험평가를 시행하는 방식으로 3중으로 내부통제 기능이 작동하게 했다.
다섯째, 예방적 내부통제의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본사 감사조직은 6개팀, 53명 규모로 운영 중이다. 6개팀은 현재 위험을 척결하는 조사팀, 비리정보 수집과 잠재위험을 발굴하는 기동감찰팀, 예방적 내부통제를 담당하는 감사총괄팀, 청렴정책팀, 종합감사팀, 일상감사팀으로 구성했다. 각 사업소 현장에는 본사 감사실 직속으로 감사팀(7개팀, 47명)을 운영함으로써 각 사업소 특성을 고려하고, 신속하게 감사가 시행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췄다.
-최근 대구경북공공기관감사협의회 회장을 맡게 됐는데.
▷어깨가 무겁다. 우리나라 주요 인프라를 책임지고 있는 대구·경북지역 소재 10개 기관의 상임감사가 참여하는 협의체다. 기관간 교류와 협력을 통해 공공기관 경쟁력 강화 및 청렴문화를 확산할 목적으로 창설됐다. 이러한 설립목적에 부합하도록 올 한해 협력 프로세스 강화에 더욱 힘쓰고자 한다.
-그동안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해왔나.
▷지난해 8월 ‘감사업무 역량 강화 및 공정사회 선도를 위한 감사업무교류 및 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이 감사업무 협조를 위한 기초공사였다면 올해는 감사협약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뼈대를 올리고 내실을 다지는 중요한 시기다. 이를 위해 기관 간 교차감사, 청렴 우수정책 공유 등 실질적인 협력 프로세스 구성을 위한 실무협의회도 발족시킬 계획이다.
-향후 포부를 전한다면.
▷기관경영에 대한 견제자로서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겠다. 궁극적으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청렴하고 안전한 한수원’을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해 내부통제 ‘3중 방어선’ 관점에서 업무 분야별 진단을 통해 위험요인을 도출하고, 요인별 위험성을 측정해 시정하는 ‘Risk navigation map’ 시스템을 구축하겠다. 분야별 위험요인에 대해서는 자체 점검 및 개선을 유도하고, 그 결과에 대한 내부감사 차원의 점검을 통해 기관 내 리스크를 제거해 청렴하고 투명한 기관이 되겠다. 특히 감사업무를 엄정하고 공정하게 처리함으로써 국민 신뢰를 받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감사실 직원들은 물론 기관 구성원들과도 소통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
<남주성 상임감사위원>
-1959년 3월 4일 출생
-경동고 졸업
-육군사관학교 중국어과 졸업
-성균관대 감사행정학 석사
-한양대 행정학 박사
-감사원 특별조사국 조사3과장
-감사원 사회복지감사국 4과장
-경찰청 감사관
-감사원 공공감사운영단장
-現 한국수력원자력 상임감사위원
대구경북공공기관감사협의회 회장
양병하 기자 md594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