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

[기자수첩]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

기사승인 2018-02-17 10:37:37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를 두고 논란이 적지 않다. 복지 혜택을 모두에게 제공해야 할지, 아니면 취약계층에 더 집중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견이다.

가장 큰 논란이 불거진 사안은 ‘아동수당’이다. 이달 초 진행된 보건복지부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아동수당이 집중 지적됐다. 이날의 지적은 복지부장관의 발언이었지만 아동수당 대상자를 전체로 해야 하나 아니면 90%로 해야 하느냐의 논란은 법안심의부터 있었다.

당초 아동수당은 원래 만 5세 이하 모든 아동에게 1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여당과 여당이 예산 심의 과정에서 소득 상위 10%는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아직 법이 통과되지 않은 만큼 100% 지원의 여지는 남아있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야당의 지적이 끊이지 않자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아동수당 문제는 보건복지위원회 예결 소위에서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 차등화 보다는 예산 문제라면 보편주의로 가고, 집행시기를 조율하자는 논의들이 주를 이뤘다”며 “여야 합의에서 보편이 아닌 대상 차등지급으로 결정됐기 때문에 제도 설계에 복지부 고충이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남 의원의 지적처럼 보편과 선택의 중심에는 예산이 있다. 하지만 예산만의 문제라면 좀더 해결이 쉬울 수 있지만 여기에 소득의 문제가 포함된다.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자체적인 해결이 어려운 사람과 같은 혜택을 줘야 한다는 주장과 국가에서 정한대로 같이 세금을 내고 있는데 차별을 받는 것은 안된다는 주장이 치열하게 대립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는 아동수당이 재정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노력해서 소득을 올린 사람에게는 오히려 역차별로 상대적 박탈감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보편적 지원과 선택적 지원의 문제는 아동수당에서만이 아니다. 희귀질환치료의 경우에서는 높은 약값으로 치료를 이어가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제시했지만 치료약의 접근성 문제부터 급여까지 해결해야할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희귀질환관리법 시행 1년 앞으로의 과제’ 정책토론회에서는 환자들의 건강보험급여가 선택적이 아닌 보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건국대병원 오지영 교수는 “대부분의 희귀의약품은 고가인데다 비급여이기 때문에 치료제가 있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프라벨 약제를 사용하거나, 허가 또는 신고범위를 초과하는 약제를 사용하려면 각 질환에 대한 심사 과정을 거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허가를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또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있는 희귀질환자들도 임상시험 후에는 높은 약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치료를 이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럽의 경우 의사가 환자의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제의 효과를 판단해 급여로 처방할 수 있도록 하고, 일본의 경우 Stage 1에 해당하는 약제를 Stage 4까지 범위를 넓혀 보다 많은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선진국처럼 희귀질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유연한 건강보험제도 운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 교수는 “우리나라도 선택적 급여가 아닌 보편적 급여를 통해 환자들이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돈이 있는 사람은 치료를 받고 돈이 없는 사람은 치료를 못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보험급여 논의에서 재정을 중심에 둔 논의가 아닌 보편적 급여를 위한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갈등이 생기고, 논란이 된다고 한쪽의 이견을 무시하거나 논의를 중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떤 주장이든 잘못된 사회로 가기 위한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 과정에서 역차별을 받는 사람들도 있어서는 안 된다.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 중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각각의 사안에 따라 다르고, 사회가 무엇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도 중요하다. 때문에 반대를 위한 주장이 아닌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근거를 가지고 논의를 진행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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