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동원은 자신의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데뷔 때부터 잘 풀리긴 했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강동원의 말대로 그는 일을 하면서 큰 고비를 겪은 적이 없다. 모델로 데뷔해 주목받았고 연기자 전향도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가 참여했던 영화는 흥행과 동시에 호평을 이끌어냈다. 매력적인 연기력 외에도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명확한 덕이다.
영화 ‘골든슬럼버’(감독 노동석)는 강동원이 영화사에 직접 제작을 제안한 작품이다. 원작의 메시지가 좋아 영화화를 추진했고 그 결과 약 7년 만에 세상에 나오게 됐다. 최근 서울 팔판로 한 카페에서 만난 강동원은 “2011년에 초고를 받고 시나리오에 대한 논의를 했다”라고 말했다. 출발부터 완성까지 ‘골든슬럼버’와 함께한 셈이다. 그래서일까. 한국 영화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묻는 질문에 강동원은 “나의 영향력은 ‘골든슬럼버’ 정도”라는 명쾌한 답을 내놨다.
“영향력이요? 제가 영향력이 있는 사람일까요? 물론 자본을 투자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긴 해요. 그런데 그게 엄청난 자본은 아니에요. 제 영향력은 ‘골든슬럼버’를 그 정도의 제작비로 만들 수 있는 수준 같아요. 제가 출연한다고 해서 영화에 100억을 투자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웃음)”
강동원이 자신의 영향력과 빗댄 영화 ‘골든슬럼버’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끈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뒀다. 선량한 택배기사 김건우(강동원)는 어느날 갑자기 유력 대선후보 암살범으로 지목돼 거대 권력에 쫓긴다. 영화에서 강동원은 촌스러운 파마머리를 한 채 서울 이곳저곳을 쉴 새 없이 달린다. 맨홀에서 온몸으로 물을 맞기도 한다. 강동원은 “지금까지 출연했던 영화 중 가장 편하게 봤다”며 촬영이 힘들기보다 재미있었던 편이라고 말했다.
“김건우라는 캐릭터는 7년 전부터 준비했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시간도 많았고 제 안에 있는 면을 끌어내는 작업이었거든요. 저도 김건우와 비슷하게 그냥 잘 살려고 하는 사람이에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하는 마음이 강하죠. 제가 잘 하는 말이 시나리오에도 있어요. ‘좀 손해 보고 살면 어때요’라는 대사요.”
강동원은 서른 살이 넘어가며 삶의 여유가 생겼다고 털어놨다. 시간이 아닌 경험이 여유를 선물했다는 것. 데뷔 때부터 잘 풀렸던 강동원의 삶은 결국 그가 치열하게 몰두해 만들어낸 결과인 것이다. 그는 “20대 때는 치열하게 살아서 굉장히 까칠했다”며 “일을 하며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주변을 돌아볼 시간도 없었다”라고 고백했다.
마음엔 여유가 새겼지만, 영화에 임하는 자세는 여전히 치열하다. 다음달 중순 영화 ‘인랑’(감독 김지운)의 촬영이 끝나는 대로 유럽으로 건너가 할리우드 영화 ‘쓰나미 LA’(감독 사이먼 웨스트) 촬영에 돌입한다. 강동원은 이 영화에서 주연을 맡아 새로운 도전을 한다. 강동원은 “일정이 맞다면 한국영화뿐만 아니라 해외영화 작업도 다양하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음 작품은 새로운 환경에서 작업하게 됐어요. 한국인이라는 캐릭터 설정이 부끄럽지 않게 잘하고 싶어요. 10년 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저를 알아 봤으면 해요. 한국에서 만든 영화를 세계시장에서 동시 개봉하는 날이 오면 좋지 않을까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