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까지 신규간호사 10만명 확대해 업무부담 완화” “입원병동 간호사에게 야간근무수당 추가지급 위한 건강보험 수가신설”
“태움, 성폭력 등 인권침해 행위 시 면허정지 등의 처분 근거규정 마련”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 “정부가 간호사들의 근무환경과 처우개선에 중점을 두고 국정과제에 포함해 관련 대책을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하며 앞선 3가지로 대표되는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 대책’을 내놨다.
그 바탕에는 간호인력 수급과 업무환경에 대한 복지부의 깊은 고민이 있었다. 실제 복지부는 지난 10년간 8000명의 간호인력을 증원하는 등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그러나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 등 환경변화에 더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도입 등 의료공공성이 강화되는 등 의료환경 변화에 따른 간호수요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해 간호사 부족문제가 오히려 심각해졌다고 봤다.
의료기관 내 간호인력 부족문제로 인해 3교대, 야간근무, 긴 근무시간 등 과중한 업무부담이 개선되지 못했고,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와 의료현장에서의 태움·성희롱 등 인권침해 문제로 이어졌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나아가 일련의 문제가 높은 이·퇴직률, 짧은 근속연수, 유휴간호사의 증가라는 악순환이 지속된 원인으로 꼽았다.
이 같은 문제의식 아래 ▲처우개선 기반마련 ▲야간근무 보상확대 ▲교대제 개선지원 ▲인권침해 대응체계구축 ▲조직문화 개선 ▲신규간호사 교육체계 개편 ▲간호인력 확대 ▲취약지 인력양성 ▲실습교육 내실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산 ▲전문간호사 활성화 ▲간호조무사 근무환경 개선 ▲복지부 내 전담조직 마련 ▲법적 근거 확보 총 14가지 대책을 도출했다.
이와 관련 지난 26일 열린 간호계 공동 ‘조직체계 및 문화혁신 선포식’에서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은 “정부 수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높이 평가한다. 특히 간호정책을 담당하는 조직을 설치하기로 한 점은 큰 의미가 있다”며 적극적인 협조와 소통을 약속했다.
앞선 24일 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서도 “교육 전담간호사 배치와 신규간호사 필수교육기관 확보 등 경력 간호사와 신규 간호사의 교육부담을 덜고, 간호사 인권센터를 설립,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한다는 등 간호사 처우개선을 위한 정부의 첫 노력이라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첫 시도이기 때문인지 아직 많은 부분에서 부족한 점들이 거론된다. 신경림 간협회장은 대책이 구체적이지 못한데 대해 아쉬움을 표했고,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은 현장을 모르고 만든 정책이자 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차별’이자 ‘과잉입법’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전국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성명을 통해 대책의 구체성 결여와 함께 간호인력 배치기준 강화라는 핵심이 빠졌다고 혹평했다. 이어 ▲간호대 입학정원 확대 무용성 ▲병상에서 환자수 기준으로 개편한 간호관리료 문제 ▲야간전담간호사제 확대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핵심을 짚어 근본적인 해법을 담아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간호사연대 임주현 회장도 의료연대와 유사하게 간호인력 배치기준의 강화 및 이행 법제화를 통해 강제적으로 일정 수 이상의 간호사를 의료기관에서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가를 지급할 경우 근무환경 개선과 함께 처우개선이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보건당국의 직접적이고 과감한 재정투입을 통해 의료기관에서 법적으로 정해진 간호사 수를 맞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리·감독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지속적인 근무가 가능할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간호인력개편을 담당하고 있는 복지부 곽순헌 의료자원정책과장은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모두 지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병원계와 준비해온 것들이 있다. 이제 준비한 내용을 집행하고 간호사 처우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모니터링 해나갈 것”이라고 지켜봐줄 것을 당부했다.
간호대 정원에 대해서도 “정원확대만을 통해 수급대책을 진행하려는 것이 아니다”면서 “향후 처우개선을 통해 이직률을 낮추고 활동비율을 높이기 위해 병원계와 간호계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상생하는 정책을 집행해 나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제는 일련의 지적과 대응, 제안과 비판 속에서 간호사들의 처우가 나아질 것이라고 평가하는 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일견 당연하다. 갑자기 절대적인 간호사 면허자가 늘어날 수도 없을뿐더러 유휴간호사들이 현장으로 바로 복귀한다고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영이 어려워 파산을 고민하는 의료기관에게 야간전담간호관리료와 같이 수가를 얹어준다고 간호사를 기준대로 뽑을 수도 없을 것이다. 심지어 충분한 자본이 있어 월급을 대기업 수준으로 준다고 해서 간호사들이 지원하지 않는 병원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이 가운데 몸이 불편해 고통 받는 환자를 외면하지 못해 끼니를 때울 식사시간을 챙기기는커녕 화장실을 가기도 힘든 상황에서 날카로워진 신경과 육체적 고단함까지 겹쳐 간호사들은 피폐하고 소진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그조차도 힘들어한다.
환자와 보호자, 의사와 주변 간호사 등 사방에서 불러대는 소리에 “잠시만요”를 끊임없이 외치며 바쁘게 뛰어다니면서도, 한 번의 실수에도 치명적이라는 두려움에 순간순간 집중하고 여유를 찾으려고 발버둥 친다.
이런 간호사들의 삶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나 단체 혹은 전문가가 제시하는 대책들이 과연 출구가 돼줄 수 있을까. 때론 과감히 선택하고 추진할 필요도 있다. 간호사들이나 병원들 또한 자신들의 이익에만 집중하지 말고 논의를 통해 공통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해 때론 양보하고 이해하며 서로 상생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한다.
정부의 정책방향이 막대한 간호인력을 요구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전면 확대라면 시기별 목표 인력을 계산해 필요하다면 간호보조인력의 비중을 높여 간호사들의 부담이나마 줄여줄 수 있는 방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부디 현장의 간호사들이 고통에 신음하는 소리를 외면하지 않길 바래본다. 간호사가 웃을 수 있는 그날, 환자들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