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압구정로데오’ 상권을 찾았다. 공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압구정역과 압구정로데오는 성수대교 남단사거리를 사이에 두고 연결되어 있는 한 때 강남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상권이었다.
성수대교의 붕괴와 함께 하락세를 걷게 된 압구정로데오 상권은 인근 신사동 ‘가로수길’ 상권의 번성과 맞물려 상권은 더욱 쇠락되어 갔다. 가로수길이 트렌디한 아이템을 앞세워 유동인구를 끌어 들였고 압구정로데오에서 즐기던 원조 오렌지족 등의 젊은이들과 자영업자, 외식업체, 의류업체 등의 사업자들은 앞다투어 신사동 가로수길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 사이, 압구정로데오 상권은 유동인구가 대폭 줄어 들었다.
오후5시30분쯤 찾은 로데오 상권은 심지어 ‘처참함’이었다. 성수대교 남단을 시작해 로데오 메인통에 이르기까지 1층의 공실은 수 십개였다. ‘임대문의’의 현수막은 여기저기 내걸려 있었다.
공실의 사진들을 찍다가 결국 포기 했다. 압구정로데오가 시작되는 상권의 랜드마크 격이던 파리바게뜨가 사라졌다. 언제 점포를 뺐을까.
압구정에서 가장 좋은 자리가 공실로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었다. 파리바게뜨의 퇴출은 압구정로데오 상권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씁쓸하다. 이뿐만 아니라 압구정로데오 메인길의 또다른 점포들이 공실로 덮여 있었다.
굳게 자물쇠가 잠긴 불투명한 유리문 안으로 언제 넣은지 모를 전단지가 여기저기 널려있다. 공실이 된 상가점포는 휴게음식점부터 판매점에 이르기까지 가릴 것이 없다. 그 사이로 한, 두개의 가게가 오픈을 앞두고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다.
젠트리피케이션. 트렌디한 가게들이 인기를 끌면 젊은층의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상권을 번성시킨다. 그러면 가차없이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인상시키고, 상권을 만들어간 초창기 일등공신은 비현실적인 임대료로 인해 두 손을 들고 상권에서 자의반 타의반 쫓겨나게 된다.
각종 프랜차이즈와 기업형 사업자들이 높은 임대료를 감수하며 상권의 상가를 메운다. 그렇게 독립형 자영업으로 즐비했던 상권은 개성을 잃어가고 상권을 찾았던 유동인구들은 서서히 줄어들며 상권은 활력을 잃는다.
압구정로데오 상권은 성수대교 붕괴의 영향, 가로수길 상권의 발달, 경기침체, 매력적인 가게들의 소멸 등으로 인해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지하철 압구정로데오역의 개통마저도 무너진 상권을 살리기엔 버겁다.
강북도 예외는 아니다. 강북의 대표적 상권인 종각역 인근의 ‘종로 관철동’ 대로변의 많은 상가점포들은 오랜 시간 공실로 있다.
서울의 대표적 상권인 ‘종로관철동’ 상권과 함께 금싸라기 압구정상권의 상가점포 공실은 대한민국 자영업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결국 경기침체와 높은 임대료가 주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제,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임대인들은 임차한 자영업자들과 함께 상생하며 살 수 있도록 현실적인 임대료를 제시해야만 한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손을 잡고 다시 화려했던 상권의 융성시대를 되찾아야 한다. 상권이 죽으면 건물도 죽을 수 밖에 없음을 임대인들은 이제 인정해야만 한다.
글=이홍구 창업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