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전 그룹 솔리드의 음악은 그야말로 파격적이었다. 솔리드는 리듬앤블루스, 힙합 등 당시 국내에 생소했던 음악을 세련되게 풀어내 대중을 사로잡았다. ‘이 밤의 끝을 잡고’ ‘천생연분’ 등 이들의 대표곡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1993년 데뷔해 약 4년간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가요계 정상에 오른 솔리드는 1997년 콘서트를 끝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내렸던 결정이었지만, 휴식은 장기간 계속돼 2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오랜 시간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일을 하던 솔리드 세 멤버가 다시 모였다. 지난달 22일 새 앨범 ‘인 투 더 라이트’(Into the Light)를 발매하고 21년 만의 컴백을 알린 것. 인터뷰를 위해 최근 서울 월드컵로 신한류플러스 프리미엄 라운지에서 만난 솔리드 멤버들은 “준비하기 전에는 너무 오랜만에 함께 한다는 걱정도 있었지만, 첫 곡의 녹음을 시작하자마자 우려가 사라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재작년부터 재결합을 생각했지만,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한 건 작년부터예요. 저는 국내에서 활동했지만, 다른 멤버들은 해외에서 음악을 하거나 다른 일을 했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 지 궁금했어요. 제가 배울 점도 있을 것 같았고요. 예전처럼 잘 맞을지 걱정도 있었는데 첫 곡 녹음을 시작하자마자 그런 우려는 싹 사라졌어요. 정재윤의 프로듀싱에 제 목소리, 이준의 랩이 만나니 딱 붙더라고요. ‘역시 우리에게 이런 느낌이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김조한)
세 친구는 금세 예전처럼 음악으로 하나가 됐지만, 21년 만에 돌아온 한국 가요계가 낯설지는 않았을까. 이들은 “기술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대로여서 반가웠다”고 입을 모았다. 21년 전에 알던 얼굴들과 방송국에서 조우했다는 것.
“21년 만에 아티스트 포지션으로 돌아와 이 자리에 서니 실감나지 않는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21년 전에 일하시던 분들이 아직 방송국에 그대로 있어서 깜짝 놀라기도 했죠. PD나 스태프 중에 아는 사람들이 많이 보여서 마음이 편했어요. 전혀 다른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익숙한 분위기더라고요.”(정재윤)
“저도 마찬가지예요. 방송국에서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많이 만났어요. 기술적인 부분은 20년 동안 정말 많이 발전한 것 같아요. 굉장히 세련된 느낌도 들고요. 그것 외에는 모든 게 반가웠어요.”(이준)
오랜만의 컴백에 반가운 것은 방송국 스태프뿐만이 아니다. 21년 전을 기억하는 팬들은 솔리드의 컴백 소식에 누구보다 큰 환호를 보내며 이들을 찾았다. 다음달 18일부터 20일까지 개최되는 콘서트는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해 1회가 추가되기도 했다. 김조한은 “집에서 나오기 힘들 정도로 아픈 팬이 저희가 쇼케이스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힘을 내서 찾아와 매우 기쁘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준은 “21년 전 식성에 대해 농담처럼 이야기 했던 장면을 기억한 팬이 삼겹살을 선물해 아주 맛있게 먹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솔리드의 컴백이 반가운 것은 비단 21년 전의 기억을 소환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의 신곡 ‘인 투 더 라이트’(Into the Light)는 과거 솔리드의 음악과 마찬가지로 새롭고 세련된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 솔리드의 음악을 들을 수 있을까. 솔리드의 프로듀싱을 맡고 있는 정재윤은 “아직 솔리드로 보여주고 싶은 음악이 많다”고 귀띔했다.
“21년 전, 20대 초반이었을 때는 회사와 계약도 있고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 했어요. 음반 한 장을 만들기 위해 6개월씩 녹음실만 있어야 했고요. 하지만 이제는 달라요. 이번 앨범은 각자의 녹음실에서 화상 회의를 진행하며 만들었죠. 이제 저희가 이 정도 나이가 됐으니 스스로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요. 앞으로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느냐겠죠.”(김조한)
“이번 저희 프로젝트는 모든 게 다 ‘셀프’예요. 소속사나 계약에 묶여 진행되는 일이 아니죠. 다음 앨범에 대해 많이 묻지만 사실 저희도 잘 모르겠어요. 앞으로 흘러가는 대로 진행될 것 같아요. 미래에 대한 계획이 뚜렷하진 않지만, 언젠가 ‘너 시간 있니?’ ‘그래 한번 해보자’라고 새로운 노래를 준비할 수도 있겠죠.”(이준)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솔리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