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강부회(牽强附會)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끌어대 자신에게 유리하게 맞추는 것을 말한다.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는 네네치킨이 bhc를 상대로 뿌링클 치킨의 폐기를 요구하며 낸 특허권 침해 금지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앞서 지난해 9월 네네치킨은 bhc의 뿌링클 치킨이 자사 스노잉 치킨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뿌링클 치킨의 폐기를 요구하는 특허권 침해 금지 청구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네네치킨은 bhc 뿌링클 치킨에 대한 성분 조사를 한 결과 18가지 성분 가운데 16개 원재료가 자사의 ‘스노윙 시즈닝(야채)’ 성분과 동일하고 나머지 2개 성분은 ‘스노윙 시즈닝(치즈)’ 성분과 동일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네네치킨의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다. 처음 네네치킨이 도용의 근거로 삼았던 ‘시즈닝 성분의 동일성’과 특허 내용간의 밀접한 연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키프리스에 등록된 ‘제10-2014-0137539호 스노윙 치즈치킨 조리방법’은 말 그대로 조리방법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허내용은 크게 계육절단→베터딥→브레딩→후라잉→분말양념혼합 등 5단계로 돼있으며 상품 전체의 제조 과정을 다루고 있다.
특히 네네치킨은 특허목적요약란에 ‘본 발명은 스노윙 치즈치킨 조리방법에 관한 것으로서, 치즈파우더가 포함된 분말양념이 혼합되어지도록 함으로서 기존 액상양념에 비해 균일한 혼합이 이루어지게 됨과 함께 튀김옷의 손상이 방지되어 보다 바삭한 식감을 나타내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기재했다.
가장 일반적인 특허의 보호범위 해석은 ‘구성요소완비의 원칙’이다. 청구범위에 기재된 모든 구성요소를 전부 포함된 경우에만 특허권 침해라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특허 청구항에 기재된 구성요소를 전부 포함하고 있으면서 여기에 추가로 다른 구성요소를 포함하는 경우 특허권에 대한 침해가 인정된다.
bhc치킨과 네네치킨은 이번 사건을 서로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다. bhc치킨은 네네치킨의 청구범위에 열풍공급단계와 오븐가열단계가 포함돼있으므로 이를 제외한 조리방법은 특허권에 저촉하지 않는다고 봤다. 구성요소완비의 원칙이다.
반대로 네네치킨은 특허 청구범위에 기재돼있는 구성요소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특허 사상이 동일한 기술적 범위에 속한다는 ‘균등침해’를 내세웠다. 균등침해는 특허권자가 기술적 사상을 빠뜨리지 않고 모든 범위의 청구범위를 모두 기재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악용하는 침해권자로부터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정립됐다.
문제는 네네치킨이 주장하는 균등침해의 경우 특허법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다만 판례에 의해 정립됐을 뿐이다.
따라서 법의 네네치킨 패소 판결은 네네치킨의 주장이 구성요소완비는 물론 균등침해의 요건도 달성되지 않는다고 봤을 가능성이 높다. 네네치킨이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한 추가 대응을 준비하고 있으나 ‘판 뒤집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지난해부터 프랜차이즈, 특히 치킨업계는 내우외환으로 힘든 시기를 겪어왔다. 네네치킨의 이러한 진흙탕 싸움은 시장 전체의 발목을 잡는 행위에 불과하다. 상생(相生)은 본사와 가맹점만에 국한된 것이 아닌, 시장 전반을 어우르는 말임을 되새겨야한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