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자우림의 ‘자우림’

[쿠키인터뷰] 자우림의 ‘자우림’

자우림의 ‘자우림’

기사승인 2018-06-30 00:05:00

21년 전 ‘우리 이름으로 앨범 한 장 내면 정말 신기하겠다’고 생각하던 아마추어 음악가 넷은 그들의 노래가 영화에 삽입되며 갑작스럽게 1집 앨범을 발표한다. ‘이것으로 됐다’고 생각했지만, 다음 앨범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 ‘앨범을 몇 장 더 내보자’라는 마음으로 작업을 했고 그러다가 여기까지 왔다. 지난 22일 열 번째 정규 앨범 ‘자우림’을 발표한 밴드 자우림의 이야기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서울 학동로 한 카페에서 만난 자우림의 멤버 김윤아, 이선규, 김진만은 “데뷔할 때 그렸던 미래 중 이렇게 훌륭한 그림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큰 문제없이 21년 동안 음악을 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다는 설명이다.

“원래 밴드라는 것이 오래가기 힘든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운도 좋았고 멤버들이 서로를 배려한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누군가 더 많은 명예와 금전을 원했다면 자우림은 유지되지 않았을 거예요. 적당히 게으른 친구들이 만나 음악을 시작한 것도 도움이 됐고요. 무엇보다 저희가 아무리 재미있게 해도 자우림의 음악을 이해하고 들어주시는 팬들이 없다면 지속할 수 없었겠죠. 해가 갈수록 음악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김윤아)

밴드가 데뷔 멤버 그대로 20년 이상 팀을 유지하는 것은 흔치 않은 경우다. 더불어 자우림은 20년간 꾸준히 앨범을 내며 마니아와 대중에게 동시에 사랑받았다. 지금도 노래방에서 자주 울려 퍼지는 ‘일탈’을 비롯해 최근 주목받은 ‘샤이닝’까지 히트곡의 면면도 다양하다. 비결은 무엇일까. 자우림은 “멤버들의 서로 다른 취향이 자우림의 사운드를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교집합은 있지만, 각자의 음악 취향이 달라요. 그것을 하나의 결과물로 만들어 내는 과정이 재미있죠. 아마 모두 좋아하는 것이 같았다면 작업이 재미없었을 거예요.”(이선규)

“취향은 다르지만, ‘자우림에게 무엇이 가장 좋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의 답은 거의 같아요. 이견이 없죠. 의견 차이가 있으면 두 버전을 다 작업해 들어봐요. 그럼 자연스럽게 어떤 것을 선택할지 정해지죠. 다툼이 없는 팀이에요.”(김윤아)

“데뷔하기 전, 홍대 라이브 클럽 무대에 설 때 멤버 모두가 자신의 악기 소리를 줄이면서 공연했어요. 모두 각자 자신의 소리가 너무 크다고 생각했거든요. 한 명씩 줄여서 결국엔 무척 조용하게 공연했죠.(웃음) 기본적으로 그런 성향의 사람들이 모였어요.”(김진만)

20년간 굴곡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해체 위기가 한 번도 없었느냐”는 질문에 “해체도 부지런해야 한다”며 “큰 열정이 있어야 하는 일”이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낸 자우림은 “김윤아가 크게 아팠을 때 해체 위기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드러머 구태훈이 활동을 중단한 일에 관해서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8집 앨범을 작업하며 가까스로 믹싱 작업을 마친 윤아가 쓰러졌죠. 때마침 그날 앨범이 인쇄돼 나왔어요. 그걸 들고 병실에 가 윤아에게 건넸죠. 그땐 그게 마지막 앨범이라고 생각했어요.”(김진만)

“구태훈은 사업을 하다가 본인이 감당하기 힘든 문제에 봉착했어요. 그래서 팀에 있는 것이 민폐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어른의 문제를 해결 중인 셈이죠. 누구보다 저희가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김윤아)

자우림은 데뷔 21주년을 맞아 발표하는 열 번째 앨범에 셀프 타이틀을 붙였다. 어느 순간부터 앨범 이름을 정할 때마다 물망에 오르던 것이었지만 쉽사리 선택하지 못했는데, 이번엔 만장일치였다. 자신들의 이름으로 앨범을 한 장 내길 바라던 음악가들이 어느새 여기까지 와, 앨범에 자신들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 앨범의 주인공은 그 사람이에요. 연령은 미상이지만, 마음 속에 청춘이 있죠. 세상에 좌절하면서도 끊임없이 행복하길 꿈꾸는 사람의 마음으로 앨범을 작업했어요. 여러 시도를 했던 밴드 사운드는 9집을 기점으로 완성형에 접어든 것 같아요. 10집에선 미래지향적인 요소를 넣어 확장했죠. 이런 작중 화자나 세계관, 사운드 등은 자우림 특유의 색이라고 생각해요. 약간의 자부심을 가지고 만든 앨범이에요. 전반적으로 ‘자우림’ 그 자체인 앨범이죠.”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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