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최정우 회장이 지난 27일 9대 회장으로 취임했기 때문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최정우 신임 회장은 지난 27일 개최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 뒤,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 포스코그룹의 제 9대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됐다.
최 회장은 1983년 포스코에 입사한 뒤, 재무실장, 정도경영실장, 가치경영센터장, 포스코건설 경영전략실장, 포스코대우 기획재무본부장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이로 인해 회계, 원가관리부터 심사분석 및 감사, 기획 업무까지 제철소가 돌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핵심 업무를 두루 경험하며 현장 구석구석에 대해 누구보다 밝은 눈을 가지게 됐다.
여기에 포스코건설, 포스코대우를 거쳐 포스코켐텍에 이르는 그룹사 근무 경험은 철강 이외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됐다.
◇어린 시절 포스코와 인연 시작… 신입사원 "회장을 꿈꾸다"
1970년 3월 경남 고성군 회화면 회화중학교 입학식날 운동장으로 흙먼지를 날리며 헬기 한대가 내려앉았다.
김학렬 경제기획원 장관 겸 부총리가 온 것이다. 바로 수석 입학생에게 상장을 주기 위해서였다.
포스코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김학렬 부총리는 최정우 소년에게 상장을 준 그 손으로 한달 뒤 포항제철소 착공식 버튼을 눌렀다.
신입사원 시절 최 회장은 부서에 배치받은 이후 동기회에서 동기회장을 맡았다. 아무래도 앞장을 서야할 것 같았다. 동기회장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나중에 회사 회장이 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실력으로 입증하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반 다져
최 회장은 2015년부터 포스코그룹의 컨트롤타워 격인 가치경영센터를 이끌었다.
그룹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함으로써 그룹 사업재편과, 재무구조 강건화 등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리튬, 양극재, 음극재 등 신사업을 진두 지휘함으로써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포스코의 100년 미래성장 토대를 마련했다.
포스코의 별도 및 연결 영업이익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각각 5500여억원, 1조4000여억원 큰 폭으로 증가해 23.5%, 43.8%씩 개선됐다. 영업이익률은 별도 기준 8.0%에서 10.2%로, 연결 기준은 4.9%에서 7.6%로 개선됐다.
한때 5조원 수준으로 떨어졌던 포스코의 연결자금시재는 지난해 말까지 9조6000억원 수준으로 회복했고, 차입금은 5조원 이상 상환해 연결부채비율은 2010년 이래 최저 수준인 66.5%를 기록했다.
최정우 가치경영센터장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핵심 철강사업은 매각했다. 유사한 사업부문은 합병시켜 효율성을 높이고, 낭비를 제거했다. 저수익, 부실사업은 과감히 정리해 부실확대를 근본적으로 차단했다. 이로써 한때 71개까지 늘어났던 포스코 국내 계열사는 38개가 됐고 해외계열사는 181개에서 124개로 줄었다.
2015년 포스코 해외생산법인의 실적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었다. 당시 최정우 가치경영센터장은 해외법인의 고부가제품의 생산판매 확대, 현지 정부 및 철강사와의 협력강화를 통한 사업환경의 구조적 개선, 포스코와 해외법인간 협력체제 강화 등 전사적 활동을 전개해 해외생산법인의 생존력 확보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그 결과 해외생산법인의 총 매출액은 2015년 68억 달러에서 2017년 말 93억 달러로 대폭 증가됐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4억2000만 달러 적자에서, 3억1000만 달러 흑자로 크게 개선됐다. 2015년에는 전체 생산법인 중 절반 가량이 적자였으나, 2017년 말에는 가동초기 정상화 단계에 있는 법인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모든 법인이 흑자로 전환됐다.
◇포스코의 전략안을 만들다… 사외이사 마음을 움직인 2권의 노트
올해 초 포스코켐텍 사장으로 명령이 난 최 회장은 참모로서 한 분야를 깊이있게 보는 것보다 작은 규모지만 대표로서 회사 전반을 총괄하는 경험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포항에서 등산도 하면서 체력도 보충하고 CEO로서 안목도 넓혀볼 참이었다.
그러면서 차근차근 포스코에 36년을 몸 담으면서 각 분야에 개선했으면 좋은 점, 최근 회사를 둘러싸고 있는 우려에 대한 해결책, 타사에서 배웠으면 하는 점을 매일매일 정리했다. 이대로 계열사에서 직장생활을 마감한다면 포스코켐텍 사장 후임자에게 전해줘도 좋고, 포스코로 다시 돌아가거나, 더 큰 기회가 온다면 업무에 큰 도움이 될 성 싶었다.
그러나 갑자기 권오준 회장이 사임을 발표하면서 마음이 급해졌다.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포스코를 잘 이끌어야 하고 어려울 때 힘을 보태려면 아이디어 노트도 완성도가 높아야 할 것이었다.
그때부터 외부 출입을 자제하고 포스코의 시대적 소명과 비전을 좀 더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경영쇄신방안, CEO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조직문화, 사업계획, 대북사업, 사회공헌 등 분야별로도 전략안을 만들었다.
포스코켐텍으로 옮긴 지 4달여, 권 회장 사임 발표 후 2달여 지난뒤 최정우의 경영 아이디어 노트는 더 두껍고 촘촘해졌다. CEO후보추천위원회에서 면접대상자로 결정되었을 때 사외이사들의 마음을 움직인 2권의 노트가 완성된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오랜시간 동안 자신의 자리에서 정의롭고 성실하게 묵묵히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온 그의 리더십이 CEO후보추천위원회의 높은 신뢰를 이끌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훈 기자 ho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