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 아시안게임] ‘룰러’-‘우지’, 韓中 순혈 원거리 딜러 자존심 대결

[롤 아시안게임] ‘룰러’-‘우지’, 韓中 순혈 원거리 딜러 자존심 대결

기사승인 2018-08-27 00:48:34

올여름은 참으로 괴상했던 시즌이었다. 블라디미르, 라이즈, 스웨인, 야스오 심지어 모데카이저까지 바텀으로 향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이뤄진 8.11패치에서 바텀 파괴 듀오가 떠오르면서 비(非) 원거리 딜러가 중용된 까닭이었다.

다양한 챔피언을 두루 다루는 원거리 딜러 게이머들은 환호했다. 대표적인 예가 그리핀 ‘바이퍼’ 박도현이었다. 평소 솔로 랭크에서도 다양한 라인을 플레이했다던 박도현은 올 시즌 블라디미르로 큰 재미를 봤다. 그는 소속 팀 그리핀을 정규 시즌 1라운드 1위로 이끌었다.

반면 오랜 시간 원거리 딜러 챔피언만을 플레이해온 베테랑 원거리 딜러들은 메타 변화에 난색을 표했다. 킹존 ‘프레이’ 김종인과 KT ‘데프트’ 김혁규가 대표적이었다. 김종인은 지난 6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현재 메타는 프로 원거리 딜러에게 지옥이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런 혼돈의 메타 속에서 희노애락이 교차하는 가운데 뚝심 있게 원거리 딜러만을 플레이한 선수가 있었다. 젠지의 원거리 딜러 ‘룰러’ 박재혁이다. 박재혁은 올 시즌 46세트를 플래이하면서 단 한 차례도 비 원거리 딜러 챔피언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애쉬(15회), 이즈리얼(13회), 바루스(6회), 자야(5회), 코그모(4회), 카이사(2회), 시비르(1회)를 플레이했다.

박재혁은 시즌 개막 전 아시안게임 지역 예선을 치른 까닭에 비 원거리 딜러를 연습할 여유가 없었다. 젠지 최우범 감독은 “연습 때 원거리 딜러로 성적이 안 나오면 비 원거리 딜러를 썼겠지만 성적이 나왔다”고 정규 시즌이 끝난 후에야 밝혔다. 이 사제는 태극기를 달고 다시 뭉쳤다. 그런 만큼 박재혁은 아시안게임에서도 원거리 딜러 챔피언을 애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교롭게도 27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마하카 스퀘어에서 열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의 조별 예선에서 맞붙을 중국 대표팀 상대도 ‘순혈 원거리 딜러’다. 중국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 원거리 딜러로 꼽히는 ‘우지’ 지안 즈하오가 그 주인공이다.

‘우지’는 정규 시즌 기준으로 카이사(6회), 애쉬(4회), 이즈리얼, 자야, 베인(이상 3회), 루시안(2회), 케넨, 코그모, 바루스(이상 1회)를 사용했다. 하이브리드 챔피언으로 분류되는 케넨을 제외하곤 모두 고전적인 원거리 딜러 챔피언이다. 따라서 이번 한중전은 순혈 원거리 딜러 간 자존심 싸움 또한 겸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재혁은 과감한 위치선정과 대규모 교전에서의 뛰어난 메카닉(피지컬)이 장점이다. 더불어 바루스-브라움-세주아니처럼 밸런스가 잘 잡힌 조합과 이즈리얼-탐 켄치, 진-자이라처럼 라인전이 강한 조합을 두루 잘 활용한다. 반면 순간 집중력 저하는 유일한 단점으로 꼽힌다.

‘우지’ 안에 흐르는 피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는 박재혁과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라인전, 대규모 교전에서의 순간 집중력 등이 장기이자 특징이다. 아울러 돋보이는 점은 점차 큰 경기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 그는 올해 스프링 시즌 우승,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우승에 결정적 공을 세우며 스스로 ‘무관의 제왕’ 꼬리표를 떼어냈다.

호전적인 두 선수는 라인전에서부터 데미지 교환을 즐긴다. 박재혁과 함께 바텀 라인을 지키는 ‘코어장전’ 조용인은 “(중국 바텀은 듀오는) 살살할 생각이 없다. 무난하게 반반 가자는 느낌이 없다”고 평가하면서도 “그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런 성향끼리 맞부딪치면 강한 쪽이 살아남는다”고 물러설 생각이 없음을 시사했다.

박재혁과 ‘우지’는 공식 경기에서 4차례 맞붙어 2승2패씩을 교환했다. 2016년 월드 챔피언십에선 박재혁이 2번 모두 이겼다. 1년 뒤 중국에서 열린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우지’가 박재혁 상대로 2승을 챙겼다. 박재혁은 지난 21일 국가대표 출정식에서 ‘우지’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모든 면에서 완벽한 선수”라고 극찬하며 라이벌에 대한 예우를 보였다.

두 선수는 서로 못 가진 걸 가졌다는 특징도 있다. 박재혁은 데뷔 2년 만에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리그(LCK)에선 우승컵을 들어보지 못했다. 반면 ‘우지’는 올해 스프링 시즌 첫 자국 리그(LPL) 우승에 성공했다. 대신 월드 챔피언십에선 아직 준우승 2회에 그친 상태다.

아울러 한중 서포터 간 맞대결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중한 성향의 조용인은 박재혁의 무리한 공격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낸다. 원거리 딜러 출신인 만큼 메카닉도 발군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규모 교전에서 박재혁을 지켜내는 능력도 뛰어나다. 박재혁이 호랑이면 조용인은 날개다. 그래서 한국 바텀은 호랑이에게 날개 달린 격이다.

중국 대표팀 서포터 ‘밍’도 ‘우지’를 위한 완벽한 파트너다. 다만 ‘밍’은 조용인보다 더 희생적인 면모가 두드러진다. 모든 플레이의 메커니즘이 ‘우지’를 위한 것으로 맞춰져 있다. 그는 때에 따라서 ‘우지’에게 경험치를 몰아주기 위해 자신의 레벨 업을까지 포기하는 모습도 보여주기도 한다.

자카르타│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윤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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