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젠지의 계절이다. 젠지는 가을의 팀이다. 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부터 새로운 팀으로 거듭났다. 올해도 이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한국 지역 대표 선발전을 통과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젠지는 12일 오후 5시 서울 서초 넥슨 아레나에서 SK텔레콤 T1과 2018 롤드컵 한국 지역 대표 선발전 1라운드 경기(5판 3선승제)를 치른다. 두 팀 모두 올 한 해 동안 서킷 포인트 30점씩을 누적해 선발전 막차를 탔다.
한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명문 게임단으로 꼽히는 두 팀이다. 2016년과 2017년 롤드컵 결승에서 우승 트로피를 놓고 격돌했던 두 팀이 만나기에 이번 선발전 1라운드는 다소 초라한 자리다. 그래서 더욱 지고 싶지 않은 경기다.
젠지는 늘 가을에 강했다. 특히 롤드컵을 앞두고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2016년 스프링 시즌 6위, 서머 시즌 4위를 기록했지만 그해 롤드컵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7년엔 스프링 시즌 3위, 서머 시즌 4위에 올랐지만 롤드컵 우승으로 그해 최정상 팀에 올랐다.
선발전 경험에서도 앞서는 젠지다. 젠지는 이 자리가 익숙하다. 오히려 롤드컵 직행을 경험해본 기억이 없다. 이들은 2016년과 2017년 모두 선발전을 뚫고 롤드컵에 합류했다. 2년 모두 2라운드 아프리카 프릭스, 3라운드 KT 롤스터를 꺾고 진출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반면 SKT는 선발전이 어색하기만 하다. 조기 탈락했던 지난 2014년 이후 처음 맞이하는 선발전이다. SKT는 2013년, 2015년, 2016년, 2017년까지 총 4회 롤드컵 진출에 성공했으나 단 한 차례도 선발전을 통해 올라가지 않았다.
SKT는 상대전적에서 자신감을 찾을 수 있다. 올해 펼쳐진 5번의 대결에서 4승1패를 수확했다. 스프링 시즌 정규 1, 2라운드 경기와 플레이오프 경기, 서머 시즌 정규 2라운드 경기를 승리했다. 내준 건 서머 시즌 정규 1라운드 경기뿐이다.
특히 선발전과 가장 비슷한 성격의 경기였던 스프링 플레이오프에선 탑라이너 ‘트할’ 박권혁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였다. 당시 박권혁은 젠지의 핵심 선수 ‘큐베’ 이성진 상대로 솔로 킬을 올리는 등 빼어난 플레이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아시안게임 일정도 SKT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SKT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젠지보다 알차게 연습할 수 있었다. 간판선수 ‘페이커’ 이상혁이 국가대표로 차출됐지만, 최우범 감독과 바텀 듀오까지 총 3인이 자리를 비웠던 젠지에 비하면 타격이 적었다.
이번 대결 격전지는 탑 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메타에서 아칼리, 우르곳 등이 재조명되면서 탑의 캐리력이 상승했다. 올 시즌 필밴 카드 중 하나였던 아트록스도 여전히 좋은 카드다. 탑 주도권을 놓고 이성진과 박권혁의 자존심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