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이비인후과 이동창 교수
일교차가 커지는 환절기가 되자 A(39·남)씨의 몸은 어김없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콧속이 간질간질하고 재채기가 나오면서 맑은 콧물이 주르륵 흐르는 것이다. 또 코가 막히고 코맹맹이 소리도 나온다. 증상은 아침, 저녁에 더 심해진다. 이처럼 환절기 코를 괴롭히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감기와 알레르기 비염이 있다. 두 질환은 재채기를 계속 한다던가, 콧물이 계속 흘러내린다던가, 코가 막히는 증세를 보인다. 하지만 증상만으로 두 질환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아 정확한 진찰과 검사가 필요하다.
감기는 대개 바이러스로 인해 유발되는 질환으로 처음에 맑은 콧물로 시작하다 점차 누런색의 콧물로 변하고, 찐득하다. 또 코가 막히면서 고열, 온몸이 욱신거리는 증상이 한꺼번에 몰려들며 1주일 정도 지나면 증상이 호전된다.
반면 알레르기성 비염은 코 점막이 특정물질에 대해 과민반응을 나타내는 것으로 연속적인 재채기 발작, 계속 흘러내리는 맑은 콧물, 코막힘 등의 특징적인 증상을 나타내게 된다. 그 외에도 눈이나 인후두(목)의 가려움증, 후각기능 감퇴, 두통, 피로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감기와 달리 발열, 몸살기운, 기침, 목감기 등의 증상은 없다. 증상은 알레르기 원인물질이 없어지지 않는 한 계속된다.
알레르기 비염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집먼지 진드기, 애완동물의 털, 꽃가루 등이 대표적이고 음식물, 음식물 첨가제에 의해서도 유발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천식이 있거나 임신 중 흡연, 생후 1년 미만에 흡연에 노출되는 경우, 부모의 알레르기 과거력이 있는 경우에는 소아에게 알레르기 비염이 생길 확률이 증가한다.
부모 중 한 쪽에 알레르기가 있을 때 자녀가 알레르기 질환에 걸릴 가능성은 50% 정도이며 양 부모가 알레르기 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확률은 약 75%로 증가한다.
소아의 경우 알레르기 비염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했을 경우 알레르기 천식으로 진행될 수도 있고, 기존에 천식을 동반하고 있는 경우에는 천식의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또한 알레르기 비염에 의한 코막힘은 코골이와 같은 수면장애를 가져와 소아의 성장문제나 집중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어릴 때 아토피 피부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을 앓은 적이 있는 아이, 알레르기 질환에 대해 가족력이 있는 아이가 코감기인 경우 비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또한 보통 비염은 2주 이상 진행되는 편이기 때문에 감기가 오래 지속돼도 비염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 비염의 치료를 위해서는 먼저 알레르기 항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코내시경을 통해 코 속에 맑은 콧물이나 하비갑개가 부어있는 소견을 확인하고, 혈액 검사를 통해 항원 특이 면역글로불린 E 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또한 등이나 팔에 피부 반응검사를 시행한다.
증상을 일으키는 알레르기 항원을 찾게 되면 각각의 항원에 따른 회피 요법을 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생리 식염수를 이용한 코 세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환자의 증상에 따라서 항히스타민제나 류코트리엔 수용체 길항제와 같은 경구용 약물을 처방하거나 비강 내 스테로이드 스프레이 제제를 쓸 수 있다.
기존에 알레르기 인자를 주사로 피부 밑에 주입해서 시행하는 피하면역요법에 더해서, 최근에는 알레르기 인자를 혀 밑에 떨어뜨려서 몸이 면역력을 갖게 하는 설하면역요법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이 요법은 환자들이 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자주 방문하는 불편을 없애주고 근본적으로 알레르기 비염을 치료해서 알레르기성 천식으로 발전될 위험성을 감소시키고, 비염이 악화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감기와 알레르기 비염은 증상이 비슷해 오인하기 쉬운 질환이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특히 알레르기 비염은 오랜 기간에 걸쳐 환자의 일상생활에 불편을 끼치는 질환으로 환자의 상태에 맞는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