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위산분비억제제를 사용해도 자녀의 신경정신 질환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아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동건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연구팀은 임신 중 위산분비억제제 노출과 자녀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 신경정신 질환 발생 간의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1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의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JAMA 1월호에 게재됐다.
임신 기간에는 약물 사용이 태아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해 치료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속쓰림은 임산부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위산분비억제제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17년 사이 출생한 약 277만 명의 아동과 산모를 대상으로 최대 10년간 추적 관찰한 국가 단위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했다. 임신 중 위산분비억제제 노출 여부와 자녀의 신경정신 질환 발생 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초기 인구 기반 분석에서는 위산분비억제제 노출군에서 신경정신 질환 발생 위험이 소폭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유전적·환경적 요인 등 교란 변수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고려해 추가 분석을 진행했다.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형제자매를 비교하는 ‘형제자매 대조 분석’과 임상시험 조건을 모사한 ‘모의 표적 임상시험(emulated target trial)’ 기법을 적용해 교란 요인을 정밀하게 통제했다.
그 결과 교란 요인을 보정한 분석에서는 임신 중 위산분비억제제 노출과 자녀의 신경정신 질환 발생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련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 교수는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윤리적·현실적 제약으로 무작위 임상시험이 어려운 영역”이라며 “고도화된 의료 빅데이터와 정교한 연구 방법론을 결합해 약물 안전성을 검증한 연구로, 임상 현장에서 활용할 중요한 근거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의과대학 학부생이 연구의 핵심 역할을 맡아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사례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대규모 국가 의료 빅데이터 분석과 고난도 연구 설계를 학부 연구진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국내 의학 연구 교육의 성과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제1저자인 홍서현 학생은 “이번 연구를 통해 임산부들이 보다 안심하고 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연 교수는 “앞으로도 의료 빅데이터와 정교한 연구 방법론을 바탕으로 환자와 보호자가 신뢰할 수 있는 치료 근거를 제시하는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