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선발전] 가을이 왔다, 젠지가 간다

[롤드컵 선발전] 가을이 왔다, 젠지가 간다

[롤드컵 선발전] 가을이 왔다, 젠지가 간다

기사승인 2018-09-17 06:00:00

올해도 가을바람이 젠지의 여름잠을 깨웠다.

젠지는 16일 서울 서초 넥슨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한국 지역 대표 선발전 3라운드 경기에서 킹존 드래곤X를 세트스코어 3-0으로 완파,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다. 지난해 대회 우승 팀이기도 한 젠지는 이로써 3년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전통적으로 대표 선발전에 강했던 젠지의 저력이 고스란히 드러났던 한 주간이었다. 간신히 참여한 대표 선발전이었다. 젠지는 서킷 포인트 30점(스프링 10점, 서머 20점)으로 SK텔레콤 T1과 함께 대표 선발전 막차를 탔다. 하지만 지난 6일 동안 유수의 강팀을 연파, 마지막 본선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반전 드라마의 서막은 지난 12일 열린 SKT와의 1라운드 대결이었다. 당시 젠지는 SKT에 3-2 역전승을 거두면서 기사회생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어 14일 펼쳐진 2라운드 대결에선 서머 시즌 준우승 팀이기도 한 그리핀을 3-2 풀세트 접전 끝에 격파했다. 그리고 이날 킹존까지 쓰러트리면서 젠지는 롤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다.

최우범 젠지 감독은 이날 본선행을 확정한 후 진행된 방송 인터뷰에서 “SKT전을 이긴 후 마음속으로 충분히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선발전만 되면 제가 봐도 신기할 정도로 선수들이 잘해준다”며 “이 기세로만 한다면 롤드컵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앞으로의 선전 또한 다짐했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젠지는 지난 2017년 롤드컵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2018년 접어들면서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에서 부진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들은 스프링 시즌 메타 적응에 실패해 5위에 그쳤다. 이어 서머 시즌에도 초반의 기세를 이어나가지 못하면서 4위에 머물렀다.

핵심 전력의 공백을 극복해야 했던 여름이었다. ‘룰러’ 박재혁과 ‘코어장전’ 조용인 그리고 팀의 사령탑인 최우범 감독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차출됐다. 국가대표 팀은 서머 정규 시즌 시작 직전 동아시아 지역 예선을, 종료 직후 본선 경기를 치렀다. 젠지는 올 여름 최고 화두였던 비(非) 원거리 딜러를 준비하지 못한 채 시즌에 돌입했다.

이번 대표 선발전을 앞두고는 아시안게임으로 인해 어수선해진 선수단 분위기도 추슬러야 했다. 박재혁과 조용인은 아시안게임 결승전이었던 중국전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력으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본인들이 받은 정신적 충격도 컸다. 시상대에서 눈물을 감추지 못한 박재혁이 화제가 됐지만,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그날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건 조용인이었다.

결과적으로 아시안게임에서 흘린 분루는 이들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됐다. 조용인은 지난 14일 그리핀전 승리 후 “예선 첫날 중국전을 이기고 ‘오늘 하루는 행복하겠구나’ 생각했다. 둘째 날 중국전을 이기고도 같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결승전을 지니 하루가 아니라 평생 아쉬움과 후회가 남을 것 같더라”라며 킹존전 필승을 다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실천했다.

젠지는 이번 한 주 동안 대표 선발전에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면서 기어코 본선으로 향했다. 환골탈태라 부를 수 있는 경기력이었다. 아프리카 프릭스, KT 롤스터를 연이어 꺾고 롤드컵 본선으로 향했던 지난 2016년, 2017년의 데자뷔라 할 만했다. 젠지는 이날 킹존전 승리로 역대 대표 선발전 성적을 7전 전승으로 고쳐 썼다.

탑라이너 ‘큐베’ 이성진은 젠지 선수 중에서도 유독 가을에 강하다는 평이다. ‘제철 큐베’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는 그는 “롤드컵에서 쓰는 패치 버전이 하나인데, 나는 했던 것을 잘하는 편이다. 그래서 롤드컵에서도 힘을 쓰는 것 아닌가 싶다”며 고착화된 메타에 강한 점이 비결이라고 스스로를 분석했다.

올해는 ‘크라운’ 이민호, ‘하루’ 강민승 등 서머 시즌 막바지 전력 외로 평가됐던 선수들이 큰 활약을 한 것도 영향이 컸다. 이민호와 강민승은 1라운드 경기였던 SKT전에 교체 투입됐다. 두 선수는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쳐 팀 승리를 이끌었고, 최 감독으로부터 눈도장을 받아 2라운드 그리핀전과 3라운드 킹존전을 모두 소화했다.

이제 젠지 선수들은 오는 10월 1일 개막하는 2018 롤드컵 본선에 참여, SKT밖에 이루지 못한 2연속 대회 우승에 도전한다. 지난해 팀 우승의 일등공신이었던 이성진은 “늘 선발전을 통해 올라가서 응원해주신 팬분들께 죄송하다”며 “잘 준비해서 롤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우승을 자신했다.

서초│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윤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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