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 이즈 클로징(Gap is closing). 세계 최강의 리그 오브 레전드 지역으로 꼽혀온 한국과 다른 지역 간 실력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수년 동안 허언으로 받아들여졌던 이 문구, 올해 중국이 연이어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마침내 실현됐다.
갭 이즈 클로징은 이제 한국 내에서도 통용되기 시작했다. 1부 리그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와 2부 리그인 리그 오브 레전드 챌린저스 코리아(챌린저스) 간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이미 챌린저스 상위권이 롤챔스 하위권을 연이어 격파했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 넥슨 아레나에서 2019 롤챔스 스프링 승격강등전 1일 차 경기가 열렸다. 그 결과 챌린저스 출신인 담원 게이밍과 배틀 코믹스가 각각 롤챔스 출신의 MVP와 BBQ 올리버스를 꺾었다. 파란이란 표현이 민망할 정도로 기량 차이가 현격했다. 담원은 기세를 이어나가 지난 20일 승격까지 확정했다.
담원 김목경 감독은 승격을 확정한 후 “한 달 중 20일은 롤챔스 팀과 연습을 했다”고 밝혔다. 승률은 5할 이상이다. 같은 팀 ‘뉴클리어’ 신정현도 지난 18일 경기 직후 “롤챔스 팀들과 스크림을 많이 하는데 성적이 나쁘지 않다”며 승격에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높고 견고해 보였던 롤챔스의 벽이 챌린저스 공세에 허물어지고 있다.
챌린저스발 돌풍의 시작은 지난 4월 그리핀의 롤챔스 입성이었다. 그리핀은 챌린저스에 머물렀던 지난 스프링 시즌까지만 해도 ‘챌린저스 킹존’으로 불렸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진짜 킹존 드래곤X보다도 강했다. 이들은 킹존보다 높은 순위로 롤챔스 서머 시즌을 마감했다. 그 바통을 담원이 이어 받은 모양새다.
이처럼 챌린저스 팀들의 상승세가 뚜렷한 반면 롤챔스 하위권 팀들은 기량 정체가 눈에 띈다. BBQ는 라인전 우위를 점하고도 패배했다. MVP는 라인전부터 챌린저스 팀에 열세를 보였다. 둘 다 1부 리그 선배로 대접받기엔 민망한 경기력이었다. 특히나 MVP의 상대 배틀코믹스는 챌린저스 정규 시즌을 4위로 마무리했던 팀이었다.
퇴보로 보이기도 한다. BBQ와 MVP는 지난 스프링 시즌 나란히 6승 12패를 기록했다. MVP는 승강전 신세를 지긴 했으나 무난하게 잔류에 성공했다. 그러나 서머 시즌엔 달랐다. 기량 저하가 두드러졌다. BBQ는 2승 16패, MVP는 4승 14패를 거뒀다. 이들 바로 위에 머무른 진에어 그린윙스(4승 14패)도 마찬가지였다.
몇 년 전까지 ‘해외 팀은 스베누 선에서 정리’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해외 강팀이 롤챔스에 도전장을 내밀면 국내 10위팀인 스베누조차 꺾지 못한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몇 년 새에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현재 스베누 선에서 정리할 수 있는 건 신발 재고뿐이다.
롤챔스가 다시 다른 리그와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서는 예전의 경쟁력을 되찾아야 한다. 메타를 선도하진 못했어도 가장 높은 메타 완성도를 자랑했던 시절이 있었다. 2019 스프링 시즌 개막까지 4개월이 남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그때까지 롤챔스가 경쟁력 회복 방법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