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증인' 현실은 동화처럼 아름다울 수도 있다

[쿡리뷰] '증인' 현실은 동화처럼 아름다울 수도 있다

'증인' 현실은 동화처럼 아름다울 수도 있다

기사승인 2019-01-23 00:00:00

민변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 양순호(정우성)는 고민이 많다. 신념을 위해 싸워 왔지만 아버지가 친구의 보증을 섰다가 빚더미에 앉으며 제 신념은 잠시 접고 돈을 좇기로 했지만 아직도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상황이 편치 않다. 이미지가 좋지 않은 순호의 로펌은 그를 대표 얼굴로 내세우겠다며 살인사건의 국선변호를 맡기고, 순호는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할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영화 ‘증인’(감독 이한)은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순호와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지우(김향기)를 둘러싼 이야기다. 사건의 용의자인 가정부 미란(엄혜란)은 주변 사람들이 모두 착한 사람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는 인물이지만, 지우의 증언은 미란의 유죄로 이어진다. 다만 지우는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자폐아라는 점이 사건의 열쇠이자 난항점이다. 순호는 지우에게 다시 한번 사건의 증언을 듣기 위해 접근하고, 지우의 세계를 하나둘씩 이해하게 되며 사건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증인’에서 정우성은 현실에 타협해 좋은 사람이기를 그만둔 어른 순호를 연기한다. 순호는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삶의 진로를 비틀어버린 인물. 변호사 뱃지를 달고 있지만 돈도, 이권도 그를 언제나 비켜나가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데 그가 신념을 포기한 순간 이권은 멋진 차와 양복, 신발과 고층 빌딩 사무실이라는 구체적인 것들로 순호에게 다가온다. 잔뜩 술에 취해 돌아와 자신의 아버지(박근형)에게 “저 파트너 변호사 됐다”고 자랑하지만 아버지는 “네가 좋으면 좋은 거다”라며 심드렁하게 반응한다. 그런 아버지를 보는 순호는 심란하다.

순호를 바꾸는 것은 자폐아 지우다. 지우는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며 순호를 올려다본다. 순호는 지우에게서 한때 자신이 그만뒀던 것들을 본다. 좋은 사람, 신념, 정직함과 순수함. 흔히 현실이 막장드라마라고 하지만, 사실은 아름다운 동화일 수도 있음을 관객은 정우성의 눈을 통해 알게 된다. 

김향기를 위시한 조연들의 연기 또한 일품이다. 자폐증상을 연기하는 김향기의 눈망울이 움직일 때마다 관객들의 가슴도 일렁인다. 비록 용의자라고는 하나, 순호에게 “혹시라도 숨기는 게 있으면 솔직히 말해달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속상해 눈물을 떨구는 엄혜란의 모습 또한 영화를 풍성하게 꾸미는 요소다. 정의감에 휩싸여 있는 데다가 자폐아 동생을 두고 있는 검사 희중(이규형)이 순간순간 안기는 웃음들도 ‘증인’의 훌륭한 양념이 된다. 다음달 13일 개봉. 전체관람가.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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